동양그룹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피해 최소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부산의 한 동양증권 지점 직원 A씨는 동양그룹 채권·기업어음(CP) 투자로 1억3000만원 규모의 손해를 본 김모씨(여·66세) 앞에서 이같이 사죄했다. 그는 김씨의 투자성향을 조작하고, 위험자산 투자여부를 알려주지 않은 사실 일체를 인정한 후 확인서를 김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3월 동양 회사채 3000만원, 4월 동양레저 CP 2000만원, 7월 동양인터내셔널 CP 8000만원 어치를 매수했다. 하지만 직원의 "동양그룹을 믿어라", "은행예금처럼 안전하다"는 말만 들었을뿐 투자자산에 대한 설명 일체를 듣지 못했다.
A씨는 "자산관리를 선의로 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안 좋게 됐다"면서도 "부도나는 날까지도 안전하다고 했던 동양그룹 회장이 잘못했다"고 그룹 수장에 대해 성토하기도 했다.
이씨는 동양인터내셔널 CP에 5200만원, 동양 회사채에 2000만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양그룹'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정확한 투자 내역을 알지 못했다. B씨는 지난달말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동양시멘트에 투자했던 CP를 팔아서 1700만원을 건졌다고 전했다.
이씨가 이후 본인의 투자 내역을 조회해보니 전혀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던 주식 두 종목에 대한 거래내역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알고 보니 동양인터내셔널 CP 투자분 중 2000만원은 9월 만기였고, 이 돈을 B씨가 투자자에 대한 동의도 없이 주식투자자금으로 굴려온 것이다. B씨는 주식투자로 300만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을 "동양시멘트 자금을 그나마 회수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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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본인 허락도 안 받고 주식거래를 했으면서 자금을 더 주면 원금을 회복해주겠다고 나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회사일 때문에 바쁜 관계로 다 백지에 사인만 하고 투자는 B씨가 알아서 했는데 이렇게 돼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