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 감소 동양證, 매각도 쉽지 않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3.10.1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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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회장 일가 지분 반대매매, 보유 지분 감소…책임 정도 따라 회생 자체가 문제될 수도

동양그룹 CP(기업어음)와 회사채 불완전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동양증권 (2,815원 ▲5 +0.18%)의 시장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매수자를 찾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동양그룹이 보유한 지분이 잇따라 반대매매로 팔리면서 최대주주로서의 입지도 크게 줄었다.

동양증권은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동양증권 지분 88만여주 전량이 지난 8일 반대매매로 처분됐다고 밝혔다. 현 회장의 아들 승담씨와 딸 정담·경담·행담씨의 보유지분 전량과 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지분도 같은 날 반대매매로 매각됐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3주만 남았다.



앞서 동양증권의 1·2대 주주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도 보유지분 가운데 일부(약 6%·836만주)가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달 30일 반대매매로 처분됐다고 공시했다. 반대매매는 금융회사가 담보로 잡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로 잡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현 회장 일가와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최근 몇 년 동안 유진투자증권 (4,185원 ▼75 -1.76%)NH농협증권 (7,240원 ▼60 -0.8%) 등 증권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면서 동양증권 보유지분의 90% 이상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날 현재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동양증권 지분율은 각각 13.53%, 11.00%다. 현 회장의 장모이자 동양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0.15%·20만6388주)과 동서지간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291주),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0.03%·4만4859주) 등 현 회장 일가의 지분을 합해도 동양그룹이 쥐고 있는 지분율은 24.71%에 그친다.



일단 현 회장 일가의 보유지분이 거의 소진됐고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지분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결된 만큼 추가로 반대매매될 지분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회생보다는 청산 수순을 거칠 가능성이 큰 만큼 나머지 동양증권 지분도 결국은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법원으로서는 청산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 계열사의 부채 처리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동양증권 지분이 선순위로 매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양증권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그룹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영업력 타격이 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상품과 투자자산을 포함한 동양증권의 전체 예탁자산은 동양 사태가 터진 지난달 23일 이후 10조원가량이 줄면서 36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7조원대였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이 절반 이상 줄면서 그동안 '절대 강자'로 평가받던 고유 영업 부문마저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에 이어 예금보험공사까지 유동성 점검에 나서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추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보는 증권사 예탁금을 원금보장해주고 예금보험료를 받기 때문에 증권사에 유동성 우려가 불거지면 사전 조사에 나선다.

더 큰 문제는 불완전판매의 후폭풍이다.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동양증권의 책임 범위가 확정돼야 매각 가치를 따질 수 있는데 결과에 따라서는 매각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된 동양그룹 회사채와 CP는 1조3000억원으로 동양증권의 자기자본과 맞먹는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동양그룹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을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700억~1000억원 수준"이라며 "동양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가치가 1300억원 안팎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올 경우 롯데그룹 등이 관심이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다 최근 관련 얘기가 쑥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관련 얘기가 나오자마자 롯데 측에서 부인하기도 했지만 정상적인 회사라면 지금 상황에서 사겠다고 나설 수가 없을 것"이라며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동양증권이 떠안게 될 경우 매각이 문제가 아니라 회생 자체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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