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채권 투자한 해외 거주자 "사기판매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지민 기자 2013.10.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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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40대 여성 A씨는 지난 4월 동양증권 PB(프라이빗뱅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PB는 A씨가 국내에 거주하고 있던 2009년부터 자산을 관리해왔다. 그는 '원금보장'을 강조하며 동양인터내셔널 기업어음(CP)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수년간 믿어온 PB의 말에 A씨는 동양인터내셔널 CP 2800만원 어치를 매수했다.

동양증권이 '원금보장'을 미끼로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CP를 팔아왔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동양증권이 '불완전판매'를 넘어선 '사기판매' 행각을 벌여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씨의 경우 지난 6월에 (주)동양 회사채에 4700만원을 추가 투자했다.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김에 따라 안정적인 투자처가 필요했던 그에게 원금보장이 된다던 회사채·CP는 최적의 선택으로 보였다. 하지만 유동성 부족에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지난달부터 연달아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8월말에는 미국 현지에서 돈이 필요해 환매를 요청했지만 동양증권 PB의 설득에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 PB는 "동양파워 매각건 등으로 1조원이 마련되면 동양그룹 자금 사정이 좋아져 수익률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 번도 고위험 자산군에 투자해본 적이 없었는데 평소에 믿던 직원이 원금이 보장된다고 하자 별 생각없이 저금한다는 생각에 돈을 넣었다"라며 "8월에 돈을 되찾았으면 약간의 손해만 입고 문제가 없었을 건데 왜 그 때 환매 요청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A씨처럼 해외 거주민의 경우 투자절차가 전화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불완전판매 확률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가 금융상품을 팔 때 녹취만 되면 유선판매가 가능해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 "원금보장이 된다"와 같은 말을 앞세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동양 계열 회사채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는 일본 거주 B씨(여·61세)는 "지난 여름 동양증권 직원이 채권이니까 안전하다고 걱정 말라면서 투자를 종용했다"며 "어떤 계열사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임에도 투자했는데 이 모든 게 명백한 사기가 아니고 뭐냐"고 강조했다.


이같은 해외 거주 피해자들의 경우 상담과정에서 만들어진 녹취록이 향후 불완전판매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유선판매시 증권사 직원은 회사채 등의 만기, 금리, 신용평가, 투자위험 등을 모두 설명해줘야 하고 이 같은 내용은 모두 녹취되기 때문이다. A씨에게 동양그룹 회사채 등을 팔았던 PB 역시 불완전판매에 대해 인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완전판매가 확정되더라도 원금회수 여부는 법원 판결 등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크다. A씨는 "지금도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자산이 있는데 이제 다 환매해버릴 생각"이라며 "이런 사실을 안다면 누가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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