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회사를 망하게 하지?" 고민으로 대박내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10.12 15:35
글자크기

[행동재무학]<35>자신의 투자 정당화하는 '확증편향' 피하기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그림=강기영 디자이너


"나는 주식투자 종목을 고를 때 어떻게 하면 해당 회사를 망하게 할까 고민합니다."

헷지펀드인 페어홈 캐피탈 매니지먼트(Fairholm Capital Management)를 설립한 브루스 버코위츠(Bruce Berkowitz)는 월가의 스타급 펀드매니저이다. 펀드 리서치회사인 모닝스타(Morningstar)는 그를 2009년 그 해의 주식 펀드매니저로 선정했고, 2010년엔 과거 10년간 최고의 주식 펀드매니저로 꼽았다.

그가 월가의 여타 펀드매니저와 다른 점은 주식투자 종목을 고를 때 해당 회사의 좋은 점을 보는 게 아니라 '회사가 어떻게 하면 망할까'를 고민하는 데 있다. 그가 이러한 투자전략을 고집하는 이유는 소위 확증편향(confirmatory bias)라 부르는 행태오류(behavioral bias)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생각에 부합되는 정보는 수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사람들의 확증편향이 얼마나 심한지는 여러 심리학 실험 결과에서 밝혀졌는데, 그 한 예로 사형제도의 찬반을 묻는 심리학 실험 결과를 잠깐 얘기해 보면 이렇다. 먼저 이 실험에 사형제도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확히 절반씩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모두 사형제도의 유효성과 문제점을 각각 지적한 논문을 꼼꼼이 읽어보게 했다.

그리고나서 다시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었다. 그랬더니 처음부터 사망제도에 찬성하던 사람은 그 찬성 정도가 더 강화되었고 반대로 처음부터 사형제도에 반대하던 사람은 그 반대하는 정도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들이 그 이유를 조사해보니, 처음부터 사형제도를 찬성했던 사람은 사형제도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논문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 반면,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한 논문에 대해선 논리성이 결여됐다고 폄하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처음부터 사망제도를 반대했던 사람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즉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부합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는 정보는 배척하는 전형적인 확증편향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주식투자자도 자신의 기업분석이나 투자결정이 잘못됐다는 정보에 귀 기울이기보단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해 주는 뉴스나 정보만을 강조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해도 긍정적인 내용만을 찾아내려고 한다거나, 반대로 이젠 실적이 바닥을 찍고 개선될 조짐이 보여도 여전히 부정적인 사항에 집착, 개선되는 전망을 무시하는 행동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확증편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 버코위츠는 자신의 투자결정을 정당화해 주는 뉴스나 정보를 찾기 보단, 반대로 해당 회사가 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꼼꼼이 살피고 있다. 그는 "만약 그렇게 하고서도 해당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없다면, 그 회사는 정말 뭔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회사가 모든 어려운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면, 정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기업이란 얘기다.


그가 제시하는 망할 회사의 불길한 징조는 ▷현금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현금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고, ▷부채가 과다하며, ▷러시안 룰렛같은 위험한 일에 투자하고, ▷경영진이 무능하고, ▷회사 지배구조가 나쁘고, ▷회계부정을 저지르는 행위 등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 남보다 먼저 해당 회사의 성장 가능성 등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혈안이다. 따라서 '회사가 어떻게 망할까'를 고민하는 건 전혀 쓸모없는 생각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월가의 스타 매니저 버코위츠는 "돈을 벌고 싶다면 오히려 회사가 망하는 걸 고민해 봐야 한다"는 조언을 던지고 있다.

재밌는 건, 버코위츠의 조언과 비슷한 내용이 중세 이탈리아 시인 단테(Dante Alighieri)의 대서사시 『신곡(Divine Comedy)』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신곡(Divine Comedy)』에서 주인공은 지옥(Inferno)의 마지막 관문을 벗어나기 위해 밑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그 순간 중력이 뒤바뀌면서) 반대로 위로 올라가 결국 지옥을 벗어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주식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회사의 좋은 점을 보지 말고(=밑으로 내려가지 말고) 오히려 회사가 어떻게 망할까를 고민해야(=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조언과 같은 말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