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VC 등의 벤처투자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반면, 전체 벤처기업 중 벤처투자기업수는 9월말 현재 702개로 2001년말 1542개에 비해 840개(54.5%)나 감소했다. 지난 200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 벤처등록요건 유형은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 보증기업, 기술평가 대출기업 등 크게 4가지이지만, 실제 벤처투자나 벤처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보여줄 수 있는 척도는 벤처투자기업수라는 것이 VC 전문가들의 평가다.
벤처투자기업수의 감소는 벤처산업의 외형 확대에도 불구, 자금줄 역할을 해야 할 벤처투자자들이 정작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투자와 회수, 재투자라는 벤처산업의 자금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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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창업투자회사와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의 신규 벤처투자 실적은 지난해 1조233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2000년 2조211억원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올 7월까지 신규 벤처투자 실적도 8000억원 규모로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캐피탈 업계는 지난 10여년간 벤처 투자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아직까지 투자 활성화가 요원한 상태"라며 "벤처투자를 활성화 해 벤처산업의 자금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벤처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벤처기업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벤처캐피탈이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 행태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VC들이 투자위험이 큰 창업초기벤처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벤처기업은 넘쳐나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진정한 벤처투자는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