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서 보건의료법 전문가로 변신해 수년간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로 활동하던 한 교수가 병원을 지역공동체에 돌려주겠다며 지난해 말 돌연 공공병원장으로 변신했다. 권용진 서울시 북부병원장(44)이 그 주인공.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극빈층의 경우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한다. 이 때문에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물론 치매, 알코올 중독 등 각종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301네트워크는 지역사회에서 극빈층들을 돌보고 관리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이들의 건강 문제를 병원에 신고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사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며 "행정적 부담을 모두 병원에서 지는 것은 물론 신고 절차 역시 단순화해 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의 부담을 낮추자 의료 사각지대에 있던 극빈층 환자 의뢰가 병원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뇨 관리를 못해 쇼크 상태까지 왔던 한 할머니, 근력이 약해져 거동조차 못하는 한 할아버지 등 병원 인근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서 신청된 것만 지난 4월 이후 100여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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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환자들이 직접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아오기도 했다. 병원 문턱이 높아 치료는 엄두도 못 냈던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의 무료간병 사업, 민간 펀드 등을 활용해 이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있다.
권 원장의 바람은 301 네트워크를 하는 병원이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퍼지는 것이다. 그는 "지역 공동체에서 벗어난 공공병원은 생존의 의미가 없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 뿐 아니라 지역 시민을 위한 건강 식단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