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속았다" 동양證 임직원, 경영진과 선긋기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3.10.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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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막판 영업정지… 동양증권 노조, 경영진 '사기죄' 고발키로

↑동양그룹 계열사와 연계된 투자상품에 가입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은 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 김지민 기자)↑동양그룹 계열사와 연계된 투자상품에 가입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은 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 김지민 기자)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세례를 받고 있는 동양증권 직원들이 경영진과의 확실한 선긋기에 나섰다.

경영진이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묵인한 점과 법정관리 신청 후 대여금고에서 자산을 인출해 간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경영진에 속았다"는 비난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4일 동양증권 노조 관계자는 "지금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며 "경영진이 어떤 말을 해도 믿을 수가 없고 앞으로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는 현 회장과 정 사장을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현 회장과 정 사장이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을 알고도 상품판매 등을 지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들을 사기죄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양증권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일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부터다. 계열사 중 재무구조가 우량한 편인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나서자 담보로 발행한 사채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고 투자자들은 동양그룹과 증권사 직원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도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직원들에게 관련 금융상품 판매를 독려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경영진에 당했다"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 2일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을지로 동양증권 본점에서 개인 대여금고에 보관된 자산을 빼간 사실과 정 사장이 동양그룹 3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동양증권의 영업정지 검토를 지시한 사항 등이 드러나면서 경영진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임직원에 대한 현 회장의 태도를 문제 삼는 직원들도 상당수다. 이날 현 회장은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주요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은 불가피했으며,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요지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인이라면 언론보다 우리에게 먼저 이같은 뜻을 전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직원과 고객을 언론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경영진의 잘못된 생각을 보여준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조는 이날 대전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향후 경영진에 대한 대응방안 및 대고객 피해 관련 대응책 등에 대한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현재 노조원에 속하지 않은 직원들도 가세해 노조의 대응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용수 동양증권 여의도지점장은 "현재 경영진을 믿는 직원은 단 한명도 없는 상태에서 직원들은 노조가 전 직원을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노조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 경영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 지점장들은 오너 일가를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노조는 법원에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경영진에 강력히 반발했다. 개천절 공휴일이었던 지난 3일에는 지점장협의회를 주축으로 모인 200여명의 동양증권 직원들이 현 회장 자택 앞에서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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