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1 대구에 거주하는 서모씨(50)는 연신 "기자님, 동양 높은 분한테 얘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울먹였다. 동양 법정관리 신청으로 회사채에 투자한 2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날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동양증권 대구의 한 지점을 방문한 서씨는 "내가 잘 모르니 안전하게 돈을 맡기고 싶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직원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이익도 좋은 상품"이라며 동양 회사채를 권했다고 한다.
지난 3년간 이자는 '꼬박꼬박 괜찮았다'는게 서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아무 문제도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저 저축인데 이자를 많이 주는 것으로만 알았다.
서씨는 지난 9월말 동양증권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자 "내가 동양증권에 돈을 맡겼으니 위험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 회사채에 투자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설명이다. 동양증권에 맡긴 돈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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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에서는 전날(9월30일) 문자 단 한통만 도착했다. 법정관리 수순을 밟는다는 것에 대한 안내였다. 답답했던 서씨가 전화를 걸어봤지만 모든 일이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씨는 "아내와 부모님이 10년 넘게 고생하며 번 피 같은 돈"이라며 "이걸 어디다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고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CASE2 박모씨(41)는 분당에 거주하는 주부다. 박씨는 암 치료 비용 충당 및 대출이자 상환을 위해 지난 7월 5800여 만원을 마련했다. 남편은 비용 마련을 위해 퇴직금까지 3000만원 중도 상환을 받아 보탰다.
그러던 중 거래를 하던 동양증권 직원으로부터 '특별한 상품'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들고 싶다고 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량이 나와야 들 수 있는 상품"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돈을 짧은 기간 동안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박씨는 "3개월만 넣어두면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고금리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박씨는 '어렵게 구한 돈'이니만큼 안전성에 대해 재차 물었다고 한다. "정말 안전한 상품인거죠?"라고 질문하니 담당 직원이 "동양은 워낙 CMA자금도 많고 탄탄한 거 아시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안심했다.
지난달 23일 박씨는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알면 알수록 사태의 심각성이 심상치 않았다. 박씨는 본인이 가입한 상품이 CMA인지 전자단기사채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원금 손실이 된다는 사실도 몰랐다.
박씨는 "가입을 권했던 그 직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건 상식이라 생각했다'고 하더라"라며 "심지어 사인도 내가 한 것이 아니니 여러 정황상 불완전판매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