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中企 CEO의 절규 "이 나라 떠나고 싶다!"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13.09.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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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은행 측 손 들어준 대법원 키코 소송 판결에 절망

키코 中企 CEO의 절규 "이 나라 떠나고 싶다!"


"중소기업에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이 나라, 완전히 떠나고 싶습니다."

지난 26일 대법원이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 소송과 관련, 은행 측의 승소 판결을 내린데 대해 키코 가입으로 수백억원 손실을 본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판결은 이 나라에서 중소기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며 강변했다.



그는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까지 국민에게 배신감을 주는 나라에서 어찌 살 수가 있겠는가?"라며 "죽을 각오로 투쟁해서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던지, 아니면 이 나라를 완전히 떠나던지 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키코 피해와 관련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향후 금융권에서 어떠한 부도덕한 상품이 나오더라도 용납하겠다는 일종의 '탐욕금융의 자율화'를 선언해준 것"이라며 "이번 판례가 있는 한 중소기업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들은 앞으로 제2, 제3의 키코 사태가 발생해 피해를 보더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환율 상·하단 900~1000원, 약정환율 1000원으로 계약을 했을 때, 환율이 910원이면 달러당 90원씩 환차익을 볼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을 입는다.

키코와 관련한 기업과 은행 간 법정공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팽배했던 2008년 시작됐다. 당시 수출 주도형 중견·중소기업(이하 중기) 상당수는 은행 측이 수출에 따른 환율변동을 헷지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제시했던 키코에 가입해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받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기들의 기대와는 달리,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 상품에 가입한 중기들은 오히려 큰 손해를 입었다.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수출 주도형 중기들이 키코 가입으로 인해 입은 피해액이 무려 10조원에 달한다. 존폐 위기에 내몰린 중기들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잇따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특히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키코로 손실을 본 중기에 대해 은행이 최대 70%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은 중기들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이는 은행 측 책임을 10%에서 최대 50%까지 인정했던 판례에서 벗어나 은행 측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사실상 법원이 기업 측 손을 들어준 첫 번째 사례였다.

하지만 이날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 판결로 5년 이상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기다려온 키코 가입 기업들은 절망의 늪에 빠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수산중공업 등 4개 중기가 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키코 상품은 환헤지에 부합한 상품으로 불공정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최종적으로 은행 측 손을 들어 준 것.

결국 대법원 판결로 수출 주도형 중기들이 키코 가입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사라졌다. 키코 가입 중기들이 향후에도 은행 측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지만,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상 기업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창조경제 기치를 내걸고 중기 육성에 발벗고 나선 박근혜 정부. 현 정부 하에서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중기들이 거대 금융권 횡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인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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