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전도 싫어!" 서울대 '전도 퇴치 카드' 등장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3.09.08 17:24
글자크기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 씽커스'(Free Thinkers) 학생들이 길거리 전도 퇴치용 카드를 배포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프리 씽커스 소속 학생들은 최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에게 '전도 거부 카드'를 배포했다.

외부인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서울대 캠퍼스에는 그동안 수많은 종교 관계자들이 들어와 학생들에게 '믿음'을 전도하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보여왔다.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등에는 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주로 "전도사들에게 붙잡혀 강의 시간에 늦었다", "한번 연락처 줬더니 시도 때도 없이 전화했다", "학교 선배라고 해서 대화 나눴는데 알고보니 거짓말이었다" 등이었다.

프리 씽커스 학생들이 나눠주는 '전도 퇴치 카드'에는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세뇌로 얼룩진 울타리를 걷고 나와 세상을 둘러보면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을 더 감동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라는 글이 적혀있다.



카드 뒷면에는 "당신은 아마 한 권의 책을 읽고 맹목적으로 읽겠지만, 저희는 더 많은 책들을 읽고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 저와 얘기하고 싶다면, 이 책들을 읽는 것이 곧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될 겁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 등 무신론을 골자로 하는 책 목록이 적혀있다.

서울대 졸업생 최모씨(29)는 "수십개에 달하는 종교 동아리와 외부 종교인들까지 캠퍼스를 점령하고 학기 내내 사람 붙잡는 데 진저리 난 학생들이 만든 동아리 같다"며 "이제라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전도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