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입정책 줄줄이 폐기…책임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3.08.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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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발전방안]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을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던 대입정책이 상당수 폐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수준별 수능'이다. 2011년 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학년도 수능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수준별 수능 도입을 예고했다. 도입 배경에 대해 당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입학사정관제 확산, 수시모집 확대 등 대입에서 수능의 비중이 약화되고 있는 방향에 맞춰 수험생의 수능 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 해 12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예비시험, 올해 6월에는 수준별 수능의 첫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본 수능을 한 번 치러보기도 전에 '수준별 수능' 폐지를 결정했다. 영어는 2015학년도에 당장 폐지하고, 국어·수학은 2016학년도까지 유지하다 2017학년도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영어는 입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되고 있는 만큼 빠른 폐지가 불가피하고, 국어·수학의 경우 학생의 신뢰이익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영어의 경우 A·B형을 선택하는 학생 수의 변화에 따라 점수 예측이 곤란하고 그 결과가 학생들의 대입 유·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실력이 아니라 A·B 선택(요행)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된다는 것.



소수이긴 했지만 이런 지적은 2011년 결정 당시에도 제기됐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 및 정착에 골몰하던 교과부는 점수 중심의 대입환경을 바꾸기 위해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데에만 골몰했고 부작용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취지가 좋으니 따라오라는 식이었다.

그 결과 교육부는 '100년은 커녕 2~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도 있지만 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도 수긍해 줄 지는 의문이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수능 영어와 대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MB 대입정책'의 폐기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출범 초기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하겠다'며 NEAT 도입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지난해까지 개발비로만 396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2012년말 발표하겠다던 NEAT 수능 영어 대체 결정은 박근혜 정부로 넘어갔고, 수능과 연계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약 60만명의 대입 수험생이 모두 NEAT를 치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사교육 유발 가능성도 크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문제 지적은 NEAT 도입 발표 당시부터 줄곧 이어졌지만 교육부와 평가원은 '문제가 없다, 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왔고,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고교 성취평가제를 2019년까지 대입에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MB 대입정책' 폐기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 내신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어도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등으로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진단은 달랐다. 내신 무력화로 고교 서열화가 심화될 것으로 본 것.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이주호 장관이 교육개혁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어 교육 쪽에서도 'MB 지우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MB 정부에서는 교육개혁의 방향성과 일관성이 뚜렷했던 반면, 현 정부에서는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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