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인상, 자영업 반발..광범위한 탈세 방증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2013.08.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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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증세, 대한민국의 숙제 ⑤ 끝-소비세]소비자신고 간이과세축소 등 새는 세금 먼저 잡아야

편집자주 세법개정안의 후폭풍에도 불구,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의지는 확고하다. 문제는 지속가능성. 증세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소비세 등 4대 항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돈이 부족할때마다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미래의 복지를 위한 건설적 증세 논의 가능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총론: '증세없는 복지'의 사회적 비용 2 소득세, 세율은 성역인가 3 기업, 돈 많이 벌어 법인세 더 내게 4 재산과세, 지하경제 양성화 선행돼야 5 소비세, 세수 최후의 보루

뜨거운 증세논란이 결국 '증세의 마지막 보루' 소비세까지 미치고 있다.
소비세 증세 논의에는 정부도 전문가들도 유독 신중하다. 어떤 세목보다도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데다 역진성(저소득층 세 부담이 커지는 성향)도 크기 때문이다. 잘못 건드렸다간 대형폭탄이 될 수 있다.

소비세는 지난 1977년 만들어진 일반소비세(부가세)와 술 등에 붙는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로 나뉜다. 부가세가 사실상 소비세의 대표항목이자 '뜨거운 감자'다. 77년 당시 2400억원이던 부가세수는 작년 58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국세의 약 30%가 부가세다.



이런 주요세목임에도 불구하고 부가세율은 77년 정한 10%에서 36년째 고정돼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8.7%(2012년)보다 크게 낮다. 면세영역도 대단히 넓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성형수술 등 일부에 과세가 결정됐지만 여전히 여성용품, 도서 등 대부분 면세항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부가세 인상은 장바구니물가 인상으로 직결되는 것을 넘어 '정권 차원'의 문제라는게 역사적 경험이다. 도입부터 민감했다. 77년 부가세 도입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부마항쟁에 대거 참여하면서 박정희 정권이 흔들렸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대통령의 '증세공포'가 여기서 출발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작년 대선 당시 부가세율 인상을 거론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역진성의 역풍을 맞고 입을 다물었다.



해외서도 민감한 문제다. 일본에선 소비세가 '정권의 무덤'이라 불린다. 소비세를 도입, 인상한 모든 총리가 사퇴했다. 최근엔 2010년 간나오토 총리가 인상을 언급만 했을 뿐인데 참의원 선거에서 완패했다. 연방부가세를 신설한 캐나다 정부가 다음 총선에서 단 두석의 의석만 건진 것도 유명한 예다.

그러나 소비세는 역풍이 큰 만큼 증세효과도 크고 분명하다. 상품을 살 때마다 곧바로 책정되는 게 소비세다. 부가세를 2%만 올리면 연 12조~15조의 증세효과가 곧바로 나타난다는 집계가 나올 정도다.

충격도 크지만 효과도 메가톤급인만큼 복지세수 충당을 위해서는 단계적으로라도 손을 댈 때가 됐다는 주장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도 최근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 슬쩍 부가세 과세범위확대를 끼워 넣었다. 생각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새는 세금을 잡은 후 과세범위와 면세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후 단계적으로 특별소비세를 인상하고, 종래에는 부가세 세율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개인이나 기업의 체납 및 탈세로 작년 무려 9조8000억원의 부가세가 덜 걷혔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정부가 고백한 세수부족 9조4000억원보다 많다. 그 만큼 현장에서 새는 세금이 많다는 것이다. 고가 제품을 구입할 때 별 죄의식 없이 "현금내면 깎아주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부가세 탈루시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 직접납부제도 도입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지금은 소비자가 낸 부가세를 자영업자나 법인이 신고하고 납세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소비자가 직접 부가세를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세연 분석에 따르면 이 제도만으로도 연 7조1000억원의 세수가 추가 확보될 수 있다. 카드를 쓰면 카드사가 세금을 대납토록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된다.

자영업자들은 당연히 극렬 반발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누가 내나 마찬가지인 세금이다. 반발하는 것 자체가 이미 광범위한 부가세 탈루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명이다.

과세범위 확대와 면세대상 축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담세자 입장에선 사실상 증세일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선 '증세 없는 복지'의 틀에 논리를 맞출 수 있다.

이를 위해 부가세 간이과세제 대상을 다시 검증하고 기준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간이과세는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영세사업자들의 부가세를 줄여주는 제도다. 이 기준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 수혜자는 전체 자영업자의 3분의 1인 176만명.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간이과세 대상에 다수의 고소득자가 섞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예 주세(소주 72%) 등 특별소비세에 대한 조정에도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술 등 특별소비세는 세수 측면 뿐 아니라 건강 등 사회문제와 엮어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부가세보다 개별품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 필요성을 대다수가 인정하지만 단행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소비세는 종종 통일세와 비교된다. 통일세도 징세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도입은 기약이 없다. 하지만 복지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소비세 증세는 조만간 건너야할 강이다. 그때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우선 증세를 제외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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