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기'의 한 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국내 밀입국을 시도하던 필리핀 노동자들을 통해 전파된 바이러스는 그들과 처음 접촉한 한국인 브로커를 매개체로 삽시간에 분당을 공포와 비명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탈바꿈시킨다.
호흡기를 통한 초당 감염 속도는 3.4명, 치사율은 100%인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람들은 격한 기침과 함께 피가 섞인 토사물을 쏟아내는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
류준영 기자의 '팝콘 사이언스'
미처 피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도시에 갇힌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국가비상상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백신 개발을 위한 최초 발병자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극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몇 가지 사실을 모른 척 지나갔다. 송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 감염대응연구단 박사와 영화 속 모순점을 찾아봤다.
송대섭 박사/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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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박사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특성은 숙주를 매개로 전염된다. 숙주가 100% 죽어버리면 바이러스가 전파될 기회가 그만큼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예컨대 90% 치사율을 가진 에볼라 바이러스가 최초 발생지인 아프리카 일부를 빼고는 자연적으로 감염이 전파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반대로 치사율이 낮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1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망자(1918년 기준 5000만 여명)를 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스페인독감'은 치사율이 10% 내외였다.
두 번째 모순은 영화처럼 2~3일 내 면역항체 생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선 며칠이나 걸릴까. 송 박사는 "일반적으로 항체를 만드는 데 까지만 최소 2주가 소요된다"며 "영화처럼 분당 시민들에게 모두 접종할 백신을 대량생산하려면 못해도 수 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감기'의 한 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선 군용·의료용 방독면부터 유아용 마스크에 이르기까지 수 종의 마스크가 나온다. 주인공인 장혁은 임시방편으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감싸고 구조활동을 펼친다.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데 실제로 효력이 있을까.
송 박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므로 전염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나 손이나 다른 부위에 붙어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추후 접촉 감염까지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일 전염 차단성 효과가 지속되려면 코를 손수건으로 막은 상태가 계속적으로 유지 되어야 하나 재난대피 상황에선 힘들 것"이라며 "영화 속에서 장혁은 수 차례 손수건을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므로 감염된 것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