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LA다저스를 보며 '서울트윈스'를 꿈꾼다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8.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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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3천억에 팔린 LA다저스는 지역연고가치... 우리도 팀명칭 지역연고 고민할때

2만2000여 석 규모에 최대 2만7000명이 관전할 수 있는 KIA 타이거즈의 새 홈구장의 명칭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결정됐다. KIA의 표기를 영문이 아닌 한글 ‘기아’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금년에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KIA가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10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해태-KIA로 이어지는 명문 구단 타이거즈의 명예와 전통을 ‘챔피언스 필드’라는 새 구장 명칭에 잘 담고 있다.



올해는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2009년 이후 4년 만에 부활한 연고지 신인 1차 지명이었다. 1차 지명은 프로구단이 드래프트에서 연고 지역 고교를 졸업한 선수를 우선 지명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모순은 있다. 지역 연고제로 출발한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2001년 SK가 창단되면서 도시 연고제로 전환했다. 경남 충청 전남 등의 광역 개념에서 서울 부산 광주 등의 도시로 구단 보호 지역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도시 연고제와 금년 부활한 1차 지명제도는 서로 상충된다.



그러나 어쨌든 위의 두 사례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지역 연고제 개념이 새롭게 관심을 끌었다. 그것이 도시든, 광역 지역 연고 이든 말이다.

올해는 류현진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LA 다저스를 중심으로 메이저리그가 TV는 물론 뉴미디어를 통해 한국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한국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이 야구장에서 멀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를 자아냈으나 중반 이후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프라는 물론 타격의 파워, 수비 기량, 투수들의 경쟁력에서 앞선 것이 분명한 메이저리그에 우리 팬들의 눈길이 많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더 이상 메이저리그 때문에 야구 팬들을 잃고 있다고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한국프로야구가 돼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LA다저스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 ⓒ사진제공=OSEN↑ LA다저스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 ⓒ사진제공=OSEN


이 시점에서 다소 엉뚱한 얘기를 해보겠다. 그 첫번째로 진정한 의미의 지역 연고제를 연구해보자고 주장한다.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1998년 메이저리그 서부 지역의 명문 ‘LA 다저스’를 인수했을 때 이런 농담들을 했다. 팀 명칭이 어떻게 변할까. 간판 기업인 폭스(FOX)의 명칭을 이용해 ‘LA 폭스’로 하던지, 혹은 ‘폭스 다저스’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스갯소리가 오갔다. 그러나 그런 해프닝은 벌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프랜차이즈(franchise)의 가치를 폭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LA 다저스이기 때문에 피터 오말리 구단주가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원)가 넘는 프랜차이즈 가격을 폭스그룹으로부터 받아 낼 수 있었다. 이제 폭스그룹이 LA 폭스, 혹은 폭스 다저스로 팀 명칭을 바꾸고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과연 비슷한 값에 팔수가 있을 것인가.

성급한 결론인지 모르지만 당시에 어렵다고 생각했다. LA 폭스, 폭스 다저스로 이름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많은 프랜차이즈 팬들이 다저스타디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

1998년 3억5000만달러에 매각된 LA 다저스는 프랭크 맥코트를 거쳐 지난 해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사에 무려 21억5000만달러(약 2조 3000억원)에 팔렸다.프랭크 맥코트는 LA 다저스 인수 매각을 통해 12억7000만달러(약 1조3500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세금을 무려 4억6000만달러(약 4910억원)를 냈다.

1998년 구단 가격보다 프랭크 맥코트가 낸 세금이 더 많다. 보스턴 출신의 부동산업자인 프랭크 맥코트는 2004년 폭스그룹으로부터 3억7000만달러(약 3955억원)에 LA 다저스를 매입했는데 엄청난 수익을 내고 매각한 것이다. 이 천문학적 구단 매각의 배경이 이혼 소송에 따른 위자료 문제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바람을 피운 부인과 이혼을 하면서 복권 당첨보다 더한 횡재를 하게 됐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LA 다저스라는 전통의 명칭이 그 정도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 트윈스. 우리도 이제 팀명칭에 모기업보다는 지역연고를 쓰는걸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진제공=OSEN↑서울을 연고로 하는 LG 트윈스. 우리도 이제 팀명칭에 모기업보다는 지역연고를 쓰는걸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진제공=OSEN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의 팀 명칭은 메이저리그와 확실하게 다르다.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등 팀 명칭의 시작이 모기업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분명하게 지역 연고를 표방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서울,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이다.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창원, 제10구단 KT 위즈는 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다. 물론 1차 지명 부활에 따른 지역 연고 개념은 고교 팀들을 광역 개념에서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반면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메이저리그 팀들의 명칭에서는 모기업의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프랜차이즈가 팀 명칭의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프로 축구의 경우에는 프로 야구의 경우와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는 순서에서 반대이다. 수원 삼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역 명칭이 앞, 모기업의 이름이 뒤로 갔다. 한가지 공통점은 반드시 모 그룹의 명칭이 팀 이름에 들어 간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 야구, 프로 축구 등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재벌 기업의 주도로 이뤄졌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써 프로 팀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현재의 운영 체제를 고집하면 영원히 프로스포츠가 정상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의 명칭을 팀 명칭에 사용하면 지역 연고의 장점을 반영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 팬들의 관점에서 볼 때 ‘LG 트윈스’라는 이름 보다는 ‘서울 트윈스’가 더 친근하고 우리 팀이라는 느낌을 더 받을 수 있다.

지역 연고의 장점과 기업의 이미지 부각을 동시에 실현할 방안도 있다. 팀 명칭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제외시키고 야구장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부산 자이언츠의 홈인 부산구장은 어떨까. 해태 타이거즈와 쌍방울 레이더스 등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시민들이 주식을 사서 투자하는 시민주 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곧 한계에 봉착했다. 만일 광주 타이거즈, 전주 레이더스였으면 훨씬 쉽고 활발하게 전개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가 가지고 있는 팀 명칭들은 일본 스타일이다. 기업에서 유래한 홍보 목적 스포츠팀의 한계를 벗어 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의 가치가 인정 받는 기업 마인드의 프로 스포츠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팀 명칭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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