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稅부담 증가 진실 or 오해는?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세종=우경희 기자 2013.08.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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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5000만원 가정 세금 117만원 늘어" vs 정부 "오히려 14만원 줄어"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두고 노동계·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중산층을 쥐어짜 세금을 더 걷는 사실상 증세란 이유에서다. '월급쟁이가 봉' '세금폭탄' 등 감정적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실제 소득계층별 세부담 차이가 큰 만큼 '유리지갑 증세'는 과하다는 게 정부의 항변이다. 1억원 이상 연봉자(근로소득자의 2%)가 세금 증가분의 절반을 책임지는 구조여서 '부자증세'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노총·시민단체 '중산층 부담 증가' 여론몰이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한국노총은 별도의 자료를 냈다. 노총은 "연봉 5000만~6000만원 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데 이들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해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을 과세형평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봉 5000만원 4인가족의 경우 세제개편 후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족의 소득세액이 현행 69만1500원이지만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86만원으로 무려 117만원 늘어난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연봉 6000만원을 받아도 세액이 10만원 미만으로 늘어난다는 기재부의 설명과는 딴판이다.



납세자연맹 역시 총급여 4405만원의 맞벌이 3인 가정을 예로 들며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는 등 세법이 개정되면 세금이 총 19만1850원 가량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소득자 증세가 두드러진 이번 세제개편안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극단적 사례로 불안감 조장" 우려 = 기획재정부는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극단적 사례를 전제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건에 따라 세금 부과 정도가 제각각인 게 극단적 조건을 전제로 사례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노총의 사례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노총이 117만원 늘어난다고 설명한 사례를 고스란히 현 세법 및 개정세법에 대입하면 세 부담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본인 소득 5000만원 4인 가족을 예로 들었는데 소득세 산출 과정에서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 세제 상 내야 하는 소득세는 노총이 주장한 69만1500원이 아니라 34만8550원이다. 또 개정안을 적용하면 357만원 세금에 336만5000원이 공제돼 20만5000원을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세금이 14만원 정도 줄어든다. 186만원을 내야 한다는 노총 측의 설명과 차이가 크다.


이유는 소득세 누진제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1200만원까지는 6%, 이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1200만원~4600만원 구간에 15% 세율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누진과세 된다. 그런데 노총은 이를 일괄 15%로 계산한 숫자를 내놨다는 것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세 감면 축소에 따른 불안감이 적잖은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쟁이 1200만명은 무관…연봉 1억 이상이 8400억원 더 낸다" = 소득공제 축소로 모든 월급쟁이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기준 근로소득자 1548만명중 연봉 4000만원이 안 되는 1200만명은 무관하다. 세부담을 추가로 져야 하는 이들은 연봉 4000만원이 넘는 360만명 정도다. 이들이 이번 세제개편으로 더 내는 세금은 총 1조7000억원이 넘는다. 1인당 47만원꼴이다.

구조를 보면 소득이 늘수록 세부담이 증가한다. 연봉 5000만~6000만원에 속한 근로자는 79만명, 이들의 세부담은 16만원 늘어난다. 연봉 4000만~7000만원까지 세부담 증가분은 같다. 250만명의 중산층이 연 16만원, 월 1만원 남짓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8000만원~9000만원(22만1000명)은 98만원, 9000만원~1억원(16만4000명)은 113만원 증가한다.

흔히 고액연봉의 기준으로 삼는 1억원 초과는 36만명으로 근로소득자의 2% 정도다. 근로소득자의 1%가 되려면 연봉 1억2000만원 넘게 받아야 한다. 연봉 1억2000만~1억5000만원 근로자는 9만3000명인데 256만원 가량 세부담이 늘어난다. 1억5000만~3억원(6만7000명)은 342만원을 더 내야 한다. 3억원 초과(1만6000명) 근로자의 세부담은 865만원 추가된다.

계층별 실효세율 차이도 확연하다. 4000만~1억원까지는 1~9% 수준이지만 1억 연봉자의 실효세율(10.2%)은 두자릿수다. 1억2000만~1억5000만원은 14%, 3억원 초과는 30.8%에 달한다.

소득계층별 총 세수증가분을 보면 1억2000만~1억5000만원 계층이 2380억원이 가장 많고 1억5000만~3억원 계층이 2291억원이 뒤를 이었다. 3억 초과 계층(1384억원)을 포함하면 근로소득자 1%의 세수증가분이 6000억원을 웃돈다. 연봉 1억원을 넘는 고소득층(근로소득자의 2%)의 세부담 증가액은 8420억원 정도로 전체 세수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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