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오페라 '알렉산드로'와 카스트라토

머니투데이 글·사진=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13.08.0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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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에세이]佛 베르사유 로얄오페라 극장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베르사유 궁전 가는길. ⓒ사진=송원진베르사유 궁전 가는길. ⓒ사진=송원진


초여름 화창한 일요일, 파리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베르사유궁전에 갔다. 프랑스 절대군주 체제의 대표적 궁전이자 그 유명한 마리 앙트와네트를 비롯해 막강 왕권을 자랑하던 부르봉 왕조가 107년간 살았던 초호화 궁전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태양왕 루이 14세가 건축한 사치와 향락의 걸작품 베르사유 궁전과 멋진 정원을 보러 간다. 나는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유럽 최고의 왕실오페라 극장인 로얄 오페라 극장에 가기위해 베르사유로 향했다.



↑베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의 회랑. ⓒ사진=송원진↑베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의 회랑. ⓒ사진=송원진
↑ 깊은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어두운 오페라 극장 복도. ⓒ사진=송원진↑ 깊은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어두운 오페라 극장 복도. ⓒ사진=송원진
↑ 로얄 오페라 극장 최고 꼭대기 좌석으로 가는 나선형 계단. ⓒ사진=송원진↑ 로얄 오페라 극장 최고 꼭대기 좌석으로 가는 나선형 계단. ⓒ사진=송원진
여름마다 베르사유에서는 분수 쇼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회, 발레, 오페라 등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베르사이유 페스티벌(Vesailles Festival)인 로얄의 목소리(Les Voix Royal) 프로그램 중 하나로 헨델의 오페라 <알렉산드로(Alessandro)>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처음 가본 베르사유에서 오페라 극장을 찾아 들어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마침내 극장에 발이 닿으니 모든 피로는 사라지고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 베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 무대와 샹들리에. ⓒ사진=송원진↑ 베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 무대와 샹들리에. ⓒ사진=송원진
헨델 오페라 '알렉산드로'와 카스트라토
베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 꼭대기에서 본 객석. ⓒ사진=송원진베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 꼭대기에서 본 객석. ⓒ사진=송원진
↑↑배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 내부 천장. ⓒ사진=송원진↑↑배르사유 로얄 오페라 극장 내부 천장. ⓒ사진=송원진
여느 극장과 다르게 로얄 오페라 극장의 회랑에는 긴 복도를 따라 임시로 테이블을 마련해 당일 공연의 브로셔와 CD외에 음료수, 샴페인 등 간단한 요깃거리도 함께 팔고 있었다.

그 긴 회랑을 지나면 극장 내부로 이어지는 아주 어두운 복도가 또다시 나왔다. 어두운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곳을 걷다보니 갑자기 '우리들의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선형 계단을 끝까지 올라갔다. 바로 내가 예매했던 최고 높은 곳의 좌석, 그곳에서 보니 오페라 극장 내부가 한눈에 펼쳐졌다.

↑ 헨델의 오페라  브로셔. ⓒ사진=송원진↑ 헨델의 오페라 브로셔. ⓒ사진=송원진
↑ 헨델의 오페라 에서 주인공 알렉산드로 역을 맡은 카운터 테너 (브로셔에서). ⓒ사진=송원진↑ 헨델의 오페라 에서 주인공 알렉산드로 역을 맡은 카운터 테너 (브로셔에서). ⓒ사진=송원진
헨델의 오페라 <알렉산드로>는 카스트라토 가수들을 위해 작곡한 오페라중 하나다. 현재는 남자 성악가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가 아니어서 남장을 한 여자 성악가들이나 카운터 테너가 카스트라토 가수들의 역을 맡는다.

이번 오페라에서는 남장을 한 여자 성악가는 나오지 않고 카스트라토 가수들이 부른 배역을 모두 카운터 테너가 맡았다. 건장한 남성이 나와서 소프라노보다도 높은 소리를 내니 느낌이 남달랐다.

↑ 바로크 음악에 쓰이는 악기인 챔발로와 류트. 헨델의 오페라  인터미션중 류트연주자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송원진↑ 바로크 음악에 쓰이는 악기인 챔발로와 류트. 헨델의 오페라 인터미션중 류트연주자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송원진
1막이 끝나고 오케스트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날 연주는 헨델의 오페라답게 다양한 바로크 악기로 연주되고 있었다. 지휘자는 챔발로를 같이 연주했고 옆에는 부드럽고 은은한 음색을 자랑하는 류트라는 악기의 연주자도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헨델의 오페라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보았던 오페라와는 많이 달랐다. 바로크시대의 오페라를 충실히 재현한 카운터 테너들의 노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 헨델의 오페라  공연후 커튼 콜. ⓒ사진=송원진↑ 헨델의 오페라 공연후 커튼 콜. ⓒ사진=송원진
↑헨델의 오페라  공연후 커튼 콜. ⓒ사진=송원진↑헨델의 오페라 공연후 커튼 콜. ⓒ사진=송원진
↑헨델의 오페라 의 리브레토 (오페라 대본). ⓒ사진=송원진<br>
↑헨델의 오페라 의 리브레토 (오페라 대본). ⓒ사진=송원진
하지만 <알렉산드로>는 내게 큰 숙제를 남겨 주기도 했다. 도무지 전체적인 내용이 제대로 파악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오페라나 발레 공연을 보러 갈 때는 대부분 사전에 꼭 내용을 찾아보면서 일종의 예습을 하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몰라도 멜로디를 들으며 내용을 파악하고 무대를 직접 보면서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오페라 <알렉산드로>는 인터넷을 뒤져도 내용은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산 브로셔에도 영어설명은 전혀 없었고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해설만이 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난감한 느낌이었다. 오페라를 다보고 나서도 답답함이 좀 가슴에 남았다.

☞ 8월 나눔콘서트 : 거쉬인, 롯시니, 무소르그스키를 만나다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8월18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5천원의 클래식 콘서트>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7월 공연은 21일 일요일 오후 1시입니다. 인터넷 예매가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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