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틀레의 아마추어, 초심을 일깨우다

머니투데이 글·사진=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13.07.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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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에세이] 샤틀레극장 '아마추어 피아노 페스티벌'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굿모닝! 선선한 날씨의 샤틀레 극장. ©사진=송원진굿모닝! 선선한 날씨의 샤틀레 극장. ©사진=송원진


피아노 페스티발 샤틀레의 아마추어의 포스터. ©사진=송원진피아노 페스티발 샤틀레의 아마추어의 포스터. ©사진=송원진
최근에 파리와 서울에서 연달아 프로 못지않은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공연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직업으로 연주를 하지않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열정만은 프로들 못지않은 그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자신들의 연주회를 준비한다.

지난번 [클래식 포토에세이]에서 한국의 아마추어 연주자들인 고우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그들의 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지난달 내가 파리에서 만난 아마추어 연주회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지난 6월 5일, 내가 파리에 도착한 날부터 매일 오던 비가 그치고 화창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직업상 저녁에 공연을 하는 일이 많아서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극장에 가는 일은 드문데 그날은 점심에 있는 매우 흥미를 끄는 콘서트가 있어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샤틀레 극장의 내부. ©사진=송원진샤틀레 극장의 내부. ©사진=송원진
А4 한장으로 된 프로그램에 간단하게 하루 동안 있을 연주회 3회와 마스터클래스 1회의 간략한 설명이 들어있다. ©사진=송원진А4 한장으로 된 프로그램에 간단하게 하루 동안 있을 연주회 3회와 마스터클래스 1회의 간략한 설명이 들어있다. ©사진=송원진
보통 콘서트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오픈하는 대기홀이 이날은 연주회장으로 변신했다. ©사진=송원진보통 콘서트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오픈하는 대기홀이 이날은 연주회장으로 변신했다. ©사진=송원진
2013년 6월 5일부터 10일까지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는 ‘샤틀레의 아마추어’라는 피아노 페스티발이 있었다.

이 페스티발은 6일동안 하루에 3번 12:30, 19:00, 21:00 아마추어로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의 연주회가 열리고 15:00에 한 번씩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의사, 변호사, 교사, 경제 전문가 등 여러 직업을 가진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시간 정도의 연주회를 열었던 것이다.


이 페스티발의 첫 연주회가 5일 낮 12시 30분에 있었다. 보통 매일 밤 콘서트때 기다리는 관람객을 위한 대기홀이 있는데 이날은 그곳이 연주회장으로 변신했다. 긴 직사각형이지만 아담해서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살갑게 음악을 듣기에 좋은 곳이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잘생긴(?) 남자가 나와서 마이크를 잡았다. 안타깝게도 영어가 아닌 불어로 모든 걸 설명해서 내용은 거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한 걸로 봐서 이날의 연주자를 소개했나보다.

'샤틀레 아마추어' 페스티발 사회자. ©사진=송원진'샤틀레 아마추어' 페스티발 사회자. ©사진=송원진
'샤틀레 아마추어' 페스티발의 주인공인 피아노 연주자. 수학 연구원인 그는 이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했다. ©사진=송원진'샤틀레 아마추어' 페스티발의 주인공인 피아노 연주자. 수학 연구원인 그는 이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했다. ©사진=송원진
아니나 다를까 마르고 몽환적인 표정을 가진 남자가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왔다. 수학연구원인 그는 아마추어가 연주 하기엔 매우 어려울 것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4번 마제파, 5번 도깨비 불과 메트너의 잃어버린 멜로디였다.

우선 메트너의 곡들을 연주했는데 여러개의 작은 소품들로 이루어진 모음곡이었는데 언제 끝나는지 몰라서 중간에 박수 치는 사람들이 나왔다.서울이나 파리나 모르는 곡은 아무리 집중을 해도 박수 실수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어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했다. 아마추어라는데 생각보다는 아주 괜찮은 실력으로 연주 했다.

아마추어가 연주하기에는 쉽지않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하고 있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사진=송원진아마추어가 연주하기에는 쉽지않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하고 있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사진=송원진
연주가 끝난후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송원진연주가 끝난후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송원진
본 연주가 끝나자 목이 말랐나 보다. 피아노 의자 옆에 있던 물을 벌컥 벌컥 마시던 연주자가 박수가 계속되자 앵콜곡을 2곡이나 쳤다. 연주자가 앵콜곡을 말하자 할머니들이 뭔가를 이야기 했고 연주자는 웃으면서 위~라고 하면서 연주를 시작했다. 불어라 못알아 들었지만 서로 존중하며 토론하는 것 같은, 아마추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프로 못지않은 소박한 음악회가 즐겁게 끝났다.

샤틀레 극장 메인 홀. ©사진=송원진샤틀레 극장 메인 홀. ©사진=송원진
파리의 하늘. ©사진=송원진파리의 하늘. ©사진=송원진
1시간 정도의 유쾌한 연주회가 끝나고 오후 3시가 조금 되기 전 극장 밖을 나왔다. 이번 샤틀레 극장의 연주회도 지난번 서울의 고우 오케스트라도 프로 연주자인 우리들에게 다시한번 음악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다잡을수 있게 해준 고마운 연주회 였다.

그날 파리의 오후 하늘은 그 어느때 보다 파란 색을 보여주었다. 그토록 안 좋았던 날 씨가 언제 있었냐는 듯 새파란 하늘에 떠 다니는 뭉게 구름은 다음날도 파리에서 재미있는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며 속삭이듯 지나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다음엔 정말 어느 공연이 날 또다시 깜짝 놀라게 만들까?

☞ 7월 나눔콘서트 : 피아졸라와 파가니니, 그리고 차이콥스키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7월21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소리선물 콘서트]
[송원진 송세진의 소리선물] 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7월 공연은 21일 일요일 오후 1시입니다. 인터넷 예매가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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