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영웅'이 '공기업 부장님'된 사연은?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3.07.3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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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심권호 LH 위례사업본부 보상부장 "레슬링복대신 LH점퍼입고 민원해결합니다"

심권호 LH 위례산업본부 보상부장. /사진제공=LH심권호 LH 위례산업본부 보상부장. /사진제공=LH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하다보니 남들처럼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었어요.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올림픽 2연패를 기록한 '한국 레슬링의 전설'.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금메달을 딴 심권호 선수(41·사진)는 이제 레슬링복 대신 회사 점퍼가 어울리는 부장님이다. 회사원이 된 지 어느덧 3년2개월이 지났다.



 1993년부터 옛 대한주택공사 소속으로 뛰던 그는 2010년 5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위례사업본부에서 위례신도시 보상과 사업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운동(선수생활) 끝나고 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사람냄새'가 그리워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원했던 만큼 현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심 부장이 맡은 보상업무는 민원인들과 항상 몸싸움을 해야 하는, 회사에서도 '기피하는' 일에 속한다. 민원인들과 수시로 실랑이를 해야 하고 때로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심 부장은 자신의 이력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민원인들 대부분은 처음엔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행패를 부리다가도 알아본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팬'이라고 한다"며 "민원인들이 '어제 방송한 거 잘 봤다'면서 오히려 아는 체를 해 손쉽게 민원이 해결된다"고 밝혔다.

 최근 방송된 모 방송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팀 여자동료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듬직한 오빠'로 거듭나고 있다. 레슬링을 통해 갈고 닦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각종 미션을 해결해가는 모습에서 '1등 신랑감'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그는 방송을 통해 "맞벌이도 필요없다. 어차피 나는 돈 쓸 데도 없으니 자기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며 "나보다 크기만 하면 되는데 웬만한 여자는 나보다 크다"고 말해 시청자들이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심 부장은 "방송에서 말한 사실 그대로 아내를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는 각오가 서 있다"며 "가끔 '딸이 있는데 한 번 만나보려 하지 않겠느냐'며 전화하는 민원인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파이널 어드밴처' 제작설명회 당시 심권호(사진 왼쪽)./사진=홍봉진 기자'파이널 어드밴처' 제작설명회 당시 심권호(사진 왼쪽)./사진=홍봉진 기자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 위기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처음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 소식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며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상업성과 인기에 따라 올림픽 종목이 결정되는 건 말도 안된다"고 분개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레슬링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같다"고 털어놨다.

 심 부장의 새로운 도전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는 "업무 틈틈이 방송 출연을 위해 휴가의 대부분을 쓴다"며 "지금도 물론 '부장'보다는 '선수'라는 말이 편하고 언젠가는 레슬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끊임없는 도전이야말로 내 삶의 이정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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