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 몸을 뉘다···국립민속박물관 '쉼' 특별展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07.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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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자료·그림·영상·자연의 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선보여

"도인이 거문고로 곡을 연주하는데
솔바람과 어우러져 맑은 소리를 내네."


'한여름 밤 꿈'(영상물)<br>
어두운 하늘 위로 금은보화 뿌려 논듯 별이 총총 박혀 있네/어디선가 학 한 마리 날아와 밤하늘을 날아가네/오라는 듯 펄럭이는 날개 짓에 넋을 놓고 따라가니/띠집 안, 노인 한 분 거문고로 날 반기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한여름 밤 꿈'(영상물)
어두운 하늘 위로 금은보화 뿌려 논듯 별이 총총 박혀 있네/어디선가 학 한 마리 날아와 밤하늘을 날아가네/오라는 듯 펄럭이는 날개 짓에 넋을 놓고 따라가니/띠집 안, 노인 한 분 거문고로 날 반기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구름을 지나 산길을 굽이굽이 지나니 대나무 숲이 펼쳐지고, 신선이 머무는 초가 한 채가 나온다. 신선의 거문고 가락이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와 어우러져 우리에게 좀 쉬어가라고 말을 건넨다.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와 계곡, 쭉쭉 뻗어 우거진 숲을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뻥 뚫리는 것만 같다.

경치 좋은 강산을 유람하는 듯한 이 광경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바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에서다. 뭐라도 배우고 익혀야할 것 같은 박물관에서 쉬어가라니…. 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24일 개막한 특별전 얘기다. 그야말로 관람객들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주제로 잡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금강산을 담은 '금강산도', 단출하게 먼 길 떠나는 나그네 여행품인 '괴나리봇짐과 짚신' '표주박', 보기만 해도 시원한 '등등거리'를 비롯한 민속자료를 비롯해 전통을 재해석한 현대 작품 등 모두 118점을 선보인다. 또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작품도 6점 있다. 이중에 증강현실을 이용한 작품 '연꽃과 모란의 만개'와 실제로 노를 저으며 금강산을 유람해보는 '노 저어 배 타고 금강산 유람하기' 등이 눈길을 끈다.

'봇짐 메고 담뱃대 입에 물고 금강산에 오르다'<br>
괴나리봇짐과 짚신(왼쪽) · 금강산도(일부)와 담뱃대,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봇짐 메고 담뱃대 입에 물고 금강산에 오르다'
괴나리봇짐과 짚신(왼쪽) · 금강산도(일부)와 담뱃대,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표주박으로 목축이며 금강산을 내려 보다'<br>
표주박·찬합·수진일용방,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표주박으로 목축이며 금강산을 내려 보다'
표주박·찬합·수진일용방,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했다. 유람하고 집에 돌아와 쉬었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 과정을 담았다. 이는 관람자가 서서·앉아서·누워서 보고 듣고 느끼도록 기획한 것. 1부 '푸른 그늘 실바람에 새소리 들레어라'는 가벼운 차림으로 금강산과 명승지 여행을 떠나 자연 속에서의 '쉼'을 느끼는 공간이다. '금강산도' '백자금강산형연적' 등을 소개한다.



2부는 '홑적삼에 부채 들고 정자관 내려놓고 있자니'를 주제로 모시적삼 속에 등거리를 걸치고 대청에 앉아 자연의 풍광과 소리를 보고 들으며 쉬는 공간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평상에 앉아 미풍이 푸는 들녘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가롭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평상에서는 개구리 소리 등 다양한 자연의 소리도 들린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나 꿈을 꾸며 그야말로 '힐링'(치유)을 경험하게 된다. '한여름 밤 꿈, 속세를 벗어나니'를 주제로 한 이 공간은 편안하게 누워서 밤하늘 별빛을 감상하고, 금강산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을 꿈속에서 재회하기도 한다. 쌀을 넣어 만든 푹신한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한 채, 가로 12m 세로 3m의 시원하게 펼쳐진 영상 '한여름 밤 꿈'(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번 특별전을 세심하게 돌아보면 기존에 박물관 전시와는 확실히 차별점이 보인다. 예를 들면 전시장 입구의 설명이라든가 각 유물이나 작품의 설명도 제목, 사이즈, 재료, 작업년도 등을 기입한 것이 아니라 작품에 어울리는 시적인 표현으로 관람객들의 감성에 호소한다.


천진기 관장은 "박물관이 무언가 가르치고 학구적인 것을 전달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며 "여름휴가철을 맞아 박물관이 노는 곳, 쉬는 곳이 되어 관람객들과 편안하게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레이블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시 한구 절이 우리 마음에 더 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이것이 문화재와 문학이 어우러진 융복합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여름휴가, 멀리 휴양지로 떠나지 못했다면 이곳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새로운 '쉼'을 경험해보면 어떨까. 가족끼리, 연인끼리 경복궁을 거닐고 삼청동 맛집 탐방 후에 박물관에 들어선다면, 진정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에서는 마음을 열고 내 몸을 직접 움직이며 편안하게 공간에 참여한다면 색다른 힐링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9월 23일까지이며 관람은 무료다.

한 관람객이 증강현실을 이용해 연꽃 만개 장면을 보고 있다(위)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br>
3부 전시공간에서 영상을 보며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관람객들(아래) /사진제공=머니투데이DB한 관람객이 증강현실을 이용해 연꽃 만개 장면을 보고 있다(위)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3부 전시공간에서 영상을 보며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관람객들(아래) /사진제공=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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