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서 퍼시&스칼렛 핌퍼넬 역을 맡은 배우 한지상이 무도회 장면에서 능청스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CJ E&M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 무대를 올린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서 퍼시와 스칼렛 핌퍼넬 역을 맡은 배우 한지상. 연기에 물이 올랐다. 영국 귀족의 우아함, 정의로운 영웅, 사랑을 지키려는 순정, 위트와 장난기로 포장한 이중생활 등 대조되는 모습들을 넘나들며 팔색조 매력을 펼치는 그의 재치와 순발력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지상이 이번 작품에서 내뱉는 대사나 몸짓에는 다른 배우가 하지 않는, 그의 감각으로 새롭게 만들어 나온 것들이 꽤 보였다.
영국 극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칼렛 핌퍼넬>은 배트맨, 조로, 스파이더맨, 슈퍼맨의 원조 격이다. 낮에는 화려한 한량 영국 귀족으로, 밤에는 프랑스 공포정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결사대 수장으로 활동한 영웅의 이야기. 인간적이며 유머와 패션 감각이 살아있는, 요즘 여성관객들이 딱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왜 남자이름이 '스칼렛'인가 궁금할 수 있는데, '스칼렛 핌퍼넬'은 '별봄맞이꽃'이라는 꽃 이름에서 따 온 것. 비밀결사대는 이 꽃 문장이 찍힌 쪽지로 소통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확 꽂히는 노래 한 곡이 없다는 것. 국민 뮤지컬넘버가 된 '지금 이 순간'을 남겨준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해서 음악에 대한 기대가 무엇보다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에 녹아든 음악적 감각은 그의 색깔이 분명히 묻어났다. 몰아치는 듯 속도감 있는 웅장하고 풍부한 선율, 감미로운 듀엣 곡 등은 작품에 어울렸고, 앙상블(조연)들의 합창은 극을 든든하게 받쳐주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결론은, 2시간 30분(인터미션 제외)이라는 공연시간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으나 뮤지컬 좀 본다는 관객이라면 한번 쯤 챙겨볼만하다. 그래서 단 1회 관람을 위한 캐스트를 굳이 추천하자면 한지상(퍼시&스칼렛핌퍼넬)·바다(마그리트)·양준모(쇼블랑).
이 시각 인기 뉴스
양준모는 '역시 악역 전담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쇼블랑 역을 잘 소화했고, 마그리트 역의 바다는 특유의 풍부한 감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로 사랑을 지키려는 여인을 잘 묘사했다. 그런데 한지상의 능청스런 연기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가수 정재형이 떠오르던데, 코믹과 진지함 사이에 비친 유럽풍의 매력 때문일까.
'역시 악역 전담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양준모는 쇼블랑 역을 잘 소화했다. 마그리트 역의 바다 또한 풍부한 감정을 실은 연기와 노래를 선보였다. 첫 장면, 새장 속에서 노래하며 등장할 때는 요정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사진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