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파나소닉 샤프...日 전자업계의 굴욕, 왜?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13.07.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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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3부 4-3>파나소닉 르네사스 등 日 전자업체의 타산지석

소니 파나소닉 샤프...日 전자업계의 굴욕, 왜?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통화가치도 헌 짚신처럼 낮추고 있다. 하지만 전자업계들은 감원과 해고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No1'으로 전세계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아~옛날이여!'가 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르네사스 등, 일본 전자업체 얘기다. 아베 총리가 엔화가치 하락을 중심으로 한 '아베노믹스'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전자업체들은 일자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5월, 일본의 산요전기가 해체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2500명 수준의 산요 임직원수를 앞으로 3년간 10분의 1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는 해체설을 부인했지만 지금은 기업 해체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산요전기는 2009년에 회사 지분 50%를 파나소닉에 내줬다. 2년 뒤 파나소닉은 산요전기의 나머지 지분 50%도 사들이면서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파나소닉은 지난해 약 750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자회사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파나소닉은 당시 산요의 2차전지 산업을 바라보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시너지는커녕 삼성SDI와 LG화학에 밀리면서 결국 인수하기 전보다 시장점유율이 내려가는 굴욕을 겪고 있다.

2009년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의 2차전지 시장점유율(셀 출하량 기준) 순위는 산요(20.1%), 삼성SDI (411,500원 ▼12,500 -2.95%)(18.4%), LG화학 (384,500원 ▼7,000 -1.79%)(13.1%), 소니(12%), 파나소닉(6.4%) 순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파나소닉과 산요를 합친 파나소닉그룹의 점유율은 16.1%에 그쳤다. 삼성SDI(28.2%)와 LG화학(17.5%)에 뒤처진 3위로 내려앉았을 뿐만 아니라 점유율도 합병하기 전 산요와 파나소닉의 점유율 합계보다 10% 넘게 떨어졌다.

이처럼 파나소닉의 산요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시기에 소니는 5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2012년도 회계연도(2012년4월부터 2013년3월)를 통해 순이익 430억3000만엔(약 47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도 4566억6000만엔 순손실에서 크게 반등한 것.


하지만 이는 자산매각 등을 포함한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해 4월 "올해 3월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직원 1만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이와 함께 도쿄 기술센터 폐쇄, 직원 재배치도 진행됐다.

2012년 회계연도에 약 1500억엔(1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일본 반도체 합작사 르네사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0년 일본 히타치와 미쓰비시일렉트릭, NEC 등 3사가 합작해 설립한 르네사스는 지난해 7500명을 감원한데 이어 올해 3000명을 추가 감원해 전체 인력의 25%를 줄일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일본의 샤프는 지난해 8월 창사 62년 만에 첫 인원 감축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감원규모는 5000명. 이후 3000명 추가 감원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고 2012년 회계연도에 5000억엔 순손실을 밝히면서 추가 구조조정 규모가 5000명으로 늘어났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샤프는 지난 5월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 3년안에 1000억엔 순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전자업체의 몰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전자업체의 부진은 기술력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마케팅과 다양한 고객 확보에 소홀한 결과"라며 "특히 중저가 시장엔 눈길도 주지 않고 프리미엄 시장만 고집하면서 구조조정까지 왔고 이는 다시 신규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은 한 때 한국 기업들이 감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거대한 산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진 일본 전자업체들은 일자리를 놓고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글로벌 전자업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 전자업체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타산지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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