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마케팅 어떻게 할 것인가?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3.06.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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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마케팅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외식업소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보십니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잠시 후 강사가 스스로 입을 열었다. “정답은 ‘노(No)’입니다. 숫자는 많아도 실력을 갖춘 점포는 매우 적습니다. 고만고만한 업소들끼리 도토리 키재기 하는 형국이어서 의미 있는 실질 경쟁은 치열하지 않습니다.”

김현수 외식 콘셉트 기획자는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활발한 컨설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주)외식경영 대표이자 발행인이기도 하다.



그는 8~9년 전 대학교 외식산업고위자 과정에서 어느 강사가 던진 질문 한마디가 뇌리에 큰 충격으로 박힌 뒤 지금까지 화두로 남아있다. 많은 외식업소가 창업과 폐업을 무수히 반복하는 지금, 외식업 마케팅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외식업 마케팅 현장의 한가운데 있는 김 외식 콘셉트 기획자에게 우리 외식업계의 마케팅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 허수경쟁 치열, 조금만 잘 하면 성공 가능성 열려있어
“그렇구나!”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강사의 신선한 시선에 놀랐다. 아울러 의미없는 허깨비 숫자에 불과한 우리 외식업계의 하향 평준화된 실체가 김 컨설턴트의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경우에는 3~4대를 내려온 소바 집 등이 즐비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장인정신과 핵심 노하우로 무장한 점포들이 부지기수다. 30년 정도 업력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일본 외식업계는 상향 평준화가 된 상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외식업계에서는 남보다 조금만 더 잘하면 금방 돋보이며, 이것이 성과로 나타난다는 것이 김 컨설턴트의 진단이다.

김 컨설턴트는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마케팅 감각이 무디고 마케팅 마인드가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렇게 많은 외식업소 주인 가운데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가게 문을 여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는 것이다. 심지어 일류 대형 외식업체 최고 경영자조차도 마케팅 의식이 전무한 점을 발견하곤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마케팅의 중요성에 눈뜨고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려는 점주들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케팅 활동에 따라 향후 잠재적 경쟁자들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통의 곰탕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습니다. 그 집의 브랜드는 아주 막강하지요. 그러나 최근 그 명성에 비해 음식의 질은 부실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팩트지요. 그렇다면 그 집보다 양질의 곰탕을 만들어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면 단기간에 그 집을 앞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마케팅의 위력입니다.”

아울러 그는 외식업 경험이 20~30년 된 사람의 말을 무조건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20~30년 전에는 지금에 비하면 식당 운영이 훨씬 쉬웠기 때문에 특별한 노하우나 전략 없이도 성공이 가능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물론 경영능력이 뛰어난 외식업자도 있지만 그 당시 자리 잡아 지금까지 그럭저럭 이어왔다고 해서 모두 실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얼마전 경기도 기흥에서 큰 고깃집을 발견했습니다. 골프장 인근에 자릴 잡았는데 10억~15억원 정도 투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매출액은 고작 한 달에 1000만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놀라운 것은 이 집 주인이 외식업 초보자가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20~25년 정도는 되었어요. 하지만 고객의 니즈나 음식의 가격 책정 등 마케팅 마인드는 전혀 없었습니다.”

20년이든 30년이든 무의미한 경험의 반복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다 해도 노하우나 경쟁력으로 축적되지 않는다. 김 컨설턴트도 이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식업 종사자가 대부분 이런 유형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업장에 갇혀 반복되는 생활을 지속하다보니 ‘밖’을 볼 줄 모르고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다고 한다.

◇ 마케팅의 출발은 안목과 기획, 그리고 상상력
“서울의 어느 한우 고깃집은 목심과 저등급 등심을 사용한 직화불고기를 200g에 1만5000원에 팝니다. 양념과 참숯을 사용, 맛이 뛰어납니다. 당연히 고객만족도가 높고 식당 수익률도 높은 효자 메뉴지요. 그러나 이렇게 매력적인 상품이 있어도 외부에 알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마케팅 활동이 필요한 거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식당 사장님들은 그냥 앉아서 세월을 보냅니다. 그게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현실이고요.”

안타까운 것은 음식 수준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마케팅 능력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라고 한다. 결국, 점포의 성패는 점주의 마케팅 안목에 달렸다는 것이 김 컨설턴트의 지론이다. 본인이 직접 마케팅 활동에 나서건, 마케팅 전문가에게 맡기건 그것은 2차적인 문제고 일단 마케팅 안목부터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이 우리 점포를 살릴 돌파구라는 안목이 생겼다면 그 다음에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나의 어떤 점을 외부에 제시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제시할 것인지, 누구에게 제시할 것인지를 나름대로 정리해야 한다. 이것을 김 컨설턴트는 ‘꺼리’로 표현했다. 소비자가 향유할 무형의 콘텐츠나 이익 요소들이다. 때론 고객이 느낄 즐거운 놀람과 무한한 감동일 수도 있다.

업소에서 손쉽게 응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는 식재료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메뉴 개발과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는 마케팅과 관련, 외식 업주에게 안목, 기획과 함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상상력은 실현되지 않은 것, 아직 없는 것을 구상하는 능력이다. 과거에 일본인은 우리 비빔밥을 싫어했다. 비빔밥에서 ‘지저분함’, ‘어수선함’, ‘개밥’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비빔밥이 환영을 받는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의외의 큰 성과를 얻는다.

◇ 갓김치 막국수, 선육후면(先肉後麵) 등 키워드의 선점
경기도 하남시의 어느 식당은 별다른 강점이 없었지만 갓김치 하나는 아주 뛰어났다. 김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갓김치를 이용한 막국수를 전략 메뉴로 개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갓김치 막국수’는 새로운 키워드를 선점하면서 고객의 호기심과 입맛을 충족시켜주었다.

갓김치막국수뿐만이 아니다. 삼겹살 먹을 때 쓰는 젓갈도 이젠 갈치속젓 정도는 어디서나 흔하다. 최근에는 어리굴젓을 내놓는 집이 나왔다. 이처럼 식재료를 활용한 마케팅 외에도 효소 전문가, 산나물 전문가, 청국장 전문가 등으로 자신을 특화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김 컨설턴트는 귀띔한다. 웰빙 붐을 타고 이런 마케팅이 먹히는 추세라는 것. 물론 이런 마케팅은 명실상부한 실력이 전제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흔히 한식의 대표 음식으로 불고기와 비빔밥을 꼽는다. 그러나 실제로 불고기와 비빔밥을 취급하는 음식점은 많지 않다. 특히 직화 불고기는 한국적 전통을 잇는 음식이지만 막상 찾아보면 먹기가 쉽지 않다. 김 컨설턴트의 말을 듣고 보니, 외식업 경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키워드’나 ‘꺼리’의 선점 틈새는 많아 보인다.

◇ 브랜드 제고 노력과 전략적 사고 등 마케팅 포인트 긴요
김 컨설턴트는 최근 일부 점포에서 시행하는 블로그 마케팅에도 일침을 가했다. 업주들이 마케팅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검증되지도 않은 블로그 마케팅 업체를 이용하지만 그 효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진정성이 부족한 이른바 ‘영혼 없는 콘텐츠’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봐야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 컨설턴트와 (주)외식경영에서 시행하는 마케팅의 특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철저히 팩트에 바탕을 둔 마케팅을 펼친다고 한다. 간간이 실력도 안 되면서 홍보만 요청하는 경우는 단호히 거부한다고.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지요. 그러나 팩트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허탕입니다. 서울 강남 도곡동에 열탄을 사용하고 조미료도 과다하게 넣으면서 음식 수준도 그리 높지 않은데 20년 된 돼지갈비 대박집이 있습니다. 그 동네 고객에게는 그 정도만으로도 만족하기 때문인 거죠.

그런데 이집보다 더 실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 실력 갖추기가 바로 마케팅에 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속임수로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김 컨설턴트는 최근 2년 동안 10여개 정도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제고시킨 바 있다. 요즘 어느 인천의 대형 고깃집은 어려운 여건과 콘셉트임에도 그가 제시한 마케팅 기획안을 받아들여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마케팅 성공 사례가 차츰 알려지면서 김 컨설턴트에게 마케팅을 의뢰하는 업소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마케팅을 의뢰하기에 앞서 업주들이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그가 몇가지 충고를 했다.

우선, 마케팅은 단기적인 매출향상 노력이 아닌 브랜드 구축 활동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마케팅 비용은 증발성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일단 마케팅 활동에 돌입하면 업주의 강한 의지와 전략적 마인드가 필수 불가결이라고. 넷째는 역시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면 순발력 있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섯째는 어려운 주문이지만 업주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면 마케팅 활동에 아주 큰 보탬이 된다고 한다.

김 컨설턴트는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백척간두에 놓인 점포를 회생시킬 때마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녹록지 않은 여건 속의 외식업을 영위하는 경영자들에게 그는 진정성과 전략적 사고를 마지막으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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