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년 이런 갈등이 벌어졌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시멘트와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건설현장이 멈추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멘트 공급이 끊겨 유관 산업계가 마비된 것이다.
시멘트는 아파트나 건물, 아스파트, 교량 등 존재하는 모든 구조물에 들어간다. 건축 토목에 쓰이는 모래나 자갈과 같은 건축용 골재들을 서로 달라붙도록 하는 접합제 역할을 한다. 아파트 건축에 사용되는 철근이 '빼대'라면 시멘트는 '살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길을 걷다 주변을 둘러보라. 시멘트가 사용되지 않은 곳을 찾기가 되레 어려울 정도다.
지금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시멘트는 '포틀랜드 시멘트'라 불린다. 1824년 영국의 벽돌공이던 애스프딘(J. Aspdin)이 개발한 제조방법이다. 석회석과 점토를 섞어 고운 가루로 분쇄하고 1500도에 가까운 높은 온도로 구운 후 석고를 넣고 다시 가루 형태로 분쇄한 것이다. 포틀랜드 섬의 천연 석회와 비슷하다고 해서 '포틀랜드 시멘트'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시 시멘트 값으로 돌아오자. 한국의 시멘트 값은 톤당 7만3600원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싼 편이다. 한국시멘트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도쿄)의 톤당 시멘트 가격은 원화 환산 기준으로 14만9500원이다.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 동부 20개 도시의 시멘트 평균 가격도 11만8450원에 이른다. 중국 상해에선 시멘트가 톤당 9만4300원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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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멘트 값이 싼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지속적인 수요 감소다. 국내 시멘트산업은 1970~1980년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과 1990년 대 이후 건설경기 활황으로 1997년 최고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급격히 수요가 줄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황이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시멘트업체들은 이런 이유로 가격을 현실화하려 하지만 반대가 많다. 우리 산업계에서 시멘트 값 인상 반대론의 주요 근거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다. 건설사가 시멘트 값 인상분을 분양가에 반영하면 일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30평 아파트를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건축비 중 시멘트 값은 얼마나 차지할까. 30평 아파트를 지으려면 시멘트 약 30톤이 필요하다고 한다. 평당 1톤 정도 사용되는 셈이다.
현재 톤당 시멘트 가격은 7만3600원. 30평으로 환산할 경우 시멘트 자재비는 220만8000원이 소요된다. 올해 수도권 기준 30평 아파트의 평당 표준 건축비(549만1200원)를 감안하면 시멘트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이다.
시멘트와 함께 건축물의 주요 원자재로 쓰이는 철근은 30평 아파트 기준으로 9톤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톤당 철근 가격은 73만 원. 30평 아파트의 철근 가격은 총 657만 원으로 시멘트 비용의 3배를 넘는다.
시멘트 업계가 올해 주장했던 대로 톤당 1만 원 가량 시멘트 값을 올렸다고 할 때 30평 아파트 건설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은 30만 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시멘트업계에서 시멘트 값 인상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란 건설사들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명확치 않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시멘트 값이 아파트 벽지 값보다 못한 게 현실"이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