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수직증축 가능해졌는데 "은마도 혹시?"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3.06.0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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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미뤄져 수억원 급락…"리모델링 사업성 더 좋더라도 전환할까?"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


 "(재건축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져 이렇게 아파트값만 떨어질 줄 알았으면 예전 재건축과 리모델링 논란이 있을 때 차라리 리모델링으로 바꿔 진행했겠죠."(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거주자 A씨)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이 넘었기 때문에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하는 게 훨씬 낫죠. 현재 사업 추진이 더딘 것은 맞지만 이제와서 리모델링으로 바꾼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이미 다 끝난 일인데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가능해졌다고 사업성이 더 나으리란 보장도 없어요."(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관계자 B씨)



 정부가 '4·1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장 대표적 단지인 '은마아파트'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기초 등 주요 구조의 보강이 용이한 2~3개층(14층 이하 2개층, 15층 이상 3개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하며 기존 가구수의 증가 범위를 10%에서 15%로 확대하는 등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 방침대로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수를 15% 늘려 일반분양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은 평균 35% 가량 줄어들 것으로 건설업계는 추정했다. 통상 일반분양 물량을 10% 정도 가능하도록 할 경우 사업비 감소로 인한 주민 부담금은 20% 안팎 감소하고 15%로 확대되면 부담금은 10%포인트 정도 추가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76㎡(2674가구)의 현재 평균 매매가는 8억1500만원으로, 15%(401가구) 일반분양분을 단순 계산하면 3268억1500만원의 수익금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전용 84㎡(1750가구)의 15%인 262가구를 평균 매매가(9억500만원)로 분양하면 2371억1000만원의 수익이 생긴다.


 한 가구당 1억2700만원의 부담금이 줄게 되는 셈이다. 특히 가구별 증축 면적의 총 합계도 모두 전용 85㎡ 이하에 해당되기 때문에 40%까지 늘릴 수 있다. 85㎡ 이상은 30% 이내로만 증축할 수 있다. 결국 은마아파트 전용 76㎡형은 106.4㎡로, 84㎡형은 117.6㎡으로 각각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단순 계산한 수익금만으로 리모델링이 낫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은마아파트의 경우 시공사마저 선정된 마당에 리모델링으로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안전성 문제로 과거보다 사업진행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부동산리서치팀장도 "은마아파트도 시세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수직증축후 일반분양했을때 과연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냐"며 "조합원들의 입장이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어렵고 시공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자료제공=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자료제공=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과거에 이미 '진통'…우여곡절끝에 재건축 결정
 은마아파트는 이미 2000년대 초반 리모델링 추진 여부를 두고 진통을 앓았다. 2005년 은마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발족해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을 상대로 동의서도 받는 등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설명회에선 △가구당 1.4대의 지하주차장 건설 △31평형→45평형, 34평형→47평형 증축 △부대시설 및 1층 필로티 설치 등을 내세웠다. 공사비용과 인근 시세와 비교한 향후 아파트값을 계산해 1억8000만~2억3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큰데다, 법규상 리모델링시 증축되는 면적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공산이 커 재건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주민 75% 가량의 동의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돼 있는 상황이었다.

 대치동 인근 O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미 과거에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낫다는 의견이 팽배해 재건축으로 결정된 사업장"이라며 "최근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해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어차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나 사업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점대비 아파트값 수억원씩 폭락…과연 재건축 잘될까?
 올해로 건립한지 34년차에 들어선 은마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상징'이었고 아파트시장의 거래와 가격 동향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은마아파트값이 오르면 서울 주택시장이 들썩였고 전국적으로도 집값 상승세가 뒤따랐다.

 2007년 1월초 전용 76㎡가 10억2500만원, 84㎡는 13억원대의 평균 시세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미국발 재정위기를 거치며 두차례의 가격 급락이 나타났고 최근까지도 약세를 이어와 고점대비 수억원씩 떨어졌다.

 이처럼 은마아파트 가치가 하락한 이유는 재건축사업 추진이 지연돼서다. 2010년 3월에야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를 받았고 2010년 8월에 구역지정 절차를 거쳐 재건축 밑그림이 그려졌지만 아직도 흐지부지한 상황이다. 최근엔 추진위원장이 직무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가로막던 단지내 상가와 도로 문제도 해결이 안됐다. 은마아파트내 500여개의 상가 주인들은 재건축 공사기간 동안 영업손실을 우려해 이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주민들은 단지를 관통하는 15m 도로 설치를 앞두고 안전을 이유로 계획 취소를 서울시에 요구하는 중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용적률 상향 문제나 공급 방식 결정 등 구체화할 부분이 많고 재건축사업 단계상으로도 새아파트로 탈바꿈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가, 도로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건축이 어렵다는 걸 주민들도 모두 알고 있다"며 "쉽게 풀릴 문제였으면 지금까지 몇 년을 끌고 왔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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