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특별한 직업, '에반젤리스트'가 뭐지?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3.06.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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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엔스토리]<3>지국환 에반젤리스트, '채용' 단어 못보고 공모전 지원했다 덜컥 입사

편집자주 게임보다 재밌다. 게임보다 흥미진진하다. '대박'친 자랑부터 '쪽박'찬 에피소드까지. 달달한 사랑이야기부터 날카로운 정책비판까지. 소설보다 방대한 게임의 세계관, 영화보다 화려한 게임의 그래픽, 첨단과학을 선도해가는 게임의 인공지능. '게임 엔지니어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킨 그들의 '뒷담화'를 알려드립니다.

지국환 에반젤리스트/사진제공=유니티코리아지국환 에반젤리스트/사진제공=유니티코리아


IT업계에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라는 직업이 있다. 단어 그대로 직역하자면 전도사다. IT업계의 전도사? 생소한 이 단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국환 유니티 에반젤리스트(27)를 만나봤다.

지 에반젤리스트가 하는 일은 유니티 엔진을 알리고 엔진을 공부하고 싶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것이다. 사용법을 보여주고 워크숍 등을 개최하면서 이용자와 함께 체험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초심자를 위한 개별지도를 한다. 정리하자면 유니티 엔진을 알리는 전도사인 셈이다.



그는 에반젤리스트임과 동시에 3인 스타트업 '플랜B'의 대표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유니티코리아에서 일하게 된 계기도 특이하다.

유니티코리아에서 개최한 '유니티 게임 제작 채용 공모전'에서 입상했는데 정작 그는 공모전에 도전할 때 '채용'이라는 글자를 보지 못했다. 입상 상품에 '하와이 상품권'이 있는 것을 보고 부모님 여행 한 번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모전에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입상하고 나니 회사 측에서 "일 할 생각이 있느냐"고 전화를 걸어왔다. 이게 무슨 일인지 얼떨떨해 하고 있는데 다시 공모전 포스터를 살펴보니 '채용'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대학 시절에 이미 8차례나 공모전에 입상한 경험이 있다 보니 무심코 공모전에 지원했다가 채용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미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덜컥 채용 기회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사측에서 제안한 에반젤리스트는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이었다. 스타트업과 병행할 수 있다는 말에 취업을 결정했다.
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지국환 에반젤리스트/사진제공=유니티코리아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지국환 에반젤리스트/사진제공=유니티코리아
그는 지난 2011년 NHN에서 인턴사원으로 시작해 디자이너로 일하기까지 1년 반 남짓 몸을 담았다. 지난해 직접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창업을 하려던 찰나에 스타트업에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캐주얼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1개월 만에 팀이 붕괴돼 꿈을 접었다. 곧바로 모바일 광고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7명이 힘을 합쳐 새롭게 회사를 차렸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를 만들고 나니 영업을 할 사원이 없었다. 7명 모두가 개발자라는 점이 문제였다. 물건은 만들었는데 팔 사람이 없는 것. 나중에 경험을 쌓아 다시 모이자는 약속을 하곤 뿔뿔이 흩어졌다.

3번째 도전은 조금 더 오래갔다. 게임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고 비교적 재정이 튼튼한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캐주얼 러닝 게임을 만들었는데 당시 지 에반젤리스트가 개인적으로 만들고 있던 게임이었다. 문득 회사 아이디어 회의에 소개했다가 본격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개발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개발을 시작했다.

제목은 헬리벨리. 주인공 이름도 본인의 별명을 따서 지대리였다. 캐주얼 러닝게임인데 콘셉트가 기발하다. '일이 급한' 지대리가 화장실을 찾아가는 절박한 러닝게임이었다. 지난해 12월 헬리벨리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후 그는 다시금 자신의 회사를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의 '플랜B'를 설립했다.

에반젤리스트로 보람을 느낄 때는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유니티 엔진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할 때다. 유니티 엔진은 멀티 플랫폼에 강점을 보이는 엔진이다. 익히기 쉽고 모바일게임 개발에 용이하다. 이를 뛰어넘어 이용자들은 디자인 아트 전시회, 가장 박물관 구현, 자동차 모델 구현 등에 폭넓게 엔진을 이용한다.

지 에반젤리스트는 이러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신이 난다. 그는 "증강현실에 이용하는 경우도 봤다"며 "필드에서 개발자들과 섞여 의견을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받아 다시 다른 이용자들에게 알려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 에반젤리스트는 유니티 관련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를 통한 출판이 아닌 개인적으로 출판사와 계약해 출간하는 유니티 엔진 튜토리얼이다. '플랜B'에서 출시할 차기작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라는 보호막 안에서 최대한의 개인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얽매이는 것이 싫어서 벤처를 창업 했는데 오히려 생존의 위협을 느껴 더 숨 막히더라"며 " 긴장감을 늦출 수 없으면서도 자유로움을 보장받을 수 있는 현재 직업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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