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동양生, RBC비율 급등은 '자본 마사지'

더벨 안영훈 기자 2013.05.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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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보유금융자산 재분류로 평가이익 4648억 반영…금리인상 리스크 취약

더벨|이 기사는 05월22일(16:2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동양생명의 지난 3월 말 기준 위험기준 자가지본비율(RBC비율)이 299%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말 RBC비율이 245%인 것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54%포인트나 상승한 것인데, 회계처리 변경을 통한 자본 부풀리기 효과 덕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 (5,210원 ▲20 +0.39%)은 지난 3월 회계처리 변경을 통해 자본을 늘리면서 지난 3월 결산에서 RBC비율을 299%까지 끌어올렸다.

◇동양생명, 최후의 카드 회계기준 재분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감독 당국의 RBC제도 강화 정책으로 인해 국내 중소형 생보사는 RBC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자본확충 요구에 직면해야만 했다.



지난해 12월 말 RBC비율이 245%인 동양생명도 사정은 같았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RBC제도 강화시 70%포인트 정도의 하락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상장사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동양생명은 자본확충에 대한 방안을 고민했다. 동양생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본확충 방안은 대주주의 지원이다.

하지만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로, 펀드 투자자간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다. 차선으로 후순위채 발행도 고민할 수 있었지만 후순위채는 잔존만기 5년차부터 자본이 차감되고, 조달코스트보다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이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최후의 카드로 동양생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회계처리 재분류하는 것이다. 만기보유금융자산은 회사가 만기시점까지 보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매도가능금융자산은 결산시점마다 시장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평가이익이 매번 달라진다.


이러한 회계처리 기준을 이용해 동양생명은 지난 3월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저금리 기조에서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시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이러한 평가이익으로 외부 자본수혈 없이 자본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동양생명은 2조9412억 원의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변경하는 것만으로 4648억 원의 평가이익을 챙겼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만기보유금융자산의 회계처리 재분류로 발생한 4648억 원의 평가이익으로 자본이 증대했고, 이는 RBC비율 70%포인트 제고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자본마사지를…"

만기보유금융자산의 회계처리 재분류는 보험업계에서 회사가 자본확충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인식된다. 저금리 기조에선 동양생명처럼 회계처리 재분류만으로 쉽게 자본을 늘릴 수 있지만 금리가 인상 반전되면 막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기보유금융자산 회계처리 재분류는 실질적인 자본확충이 아닌 회계적 자본확충으로 장기산업인 보험사에겐 양날의 칼과 같다"며 "업계에선 자본 마사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회계처리 재분류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3월 최후의 카드를 선택하긴 했지만 동양생명 내부에서도 만기보유금융자산의 회계처리 재분류 추진 여부를 두고 입장이 계속 번복될 정도였다. 특히 한번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회계처리 재분류시 3회계연도동안 만기보유금융자산 편입이 어렵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올해부터 보험사 결산시점이 3월 말 결산에서 12월 말 결산으로 변경되는 점을 이용했다. 3월 회계처리 재분류를 시행한 동양생명은 2012~2014회계연도까지 만기보유금융자산을 편입할 수 없다.

이론적으론 3년동안 금리인상 부담을 져야 하지만 실제로 2012 회계연도(2012.4~2013.3)는 채 한달도 안되는 기간이다. 2013회계연도도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9개월에 불과하고, 2014회계연도만 온전한 12개월이다.

결국 횟수로는 3년이지만 실제적으로 동양생명은 22개월만 급격한 금리인상만 없다면 부담이 사라진다. 동양생명 입장에선 RBC제도 강화로 내년에 RBC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회계처리 재분류에 나서는 것 보다 외부의 부정적 시각을 감수하고 미리 회계처리 재분류로 RBC비율을 끌어올려 두는 편이 이익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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