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해외 비자금 수사 실마리, "파손된 USB"

뉴스1 제공 2013.05.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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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여태경 이윤상 기자 =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뉴스1  News1 한재호 기자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뉴스1 News1 한재호 기자


검찰이 CJ그룹 이재현(53) 회장의 해외 비자금 규모를 밝히는데 주력하면서 수사의 결정적 실마리가 된 USB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지난 2008년 이 회장 비서실 재무2팀장을 지낸 이모씨(44)가 청부살인 의혹에 연루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경찰은 이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를 담당했던 이씨가 사채업자 박모씨(43)에게 자신이 관리하던 자금 중 170억원을 빌려줬다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자 2007년 5월 지인을 통해 박씨에 대한 살인을 교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이씨가 갖고 있던 파손된 USB를 입수했지만 저장 내용을 복원하지는 못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USB를 복원해 이 회장이 개인재산을 운용한 방법과 관련 내용을 확보했다.

이씨는 일명 '묻지마 채권'으로 불리는 무기명 채권과 회사 임직원 명의로 된 이 회장의 CJ그룹 차명주식을 관리했다.

차명주식 관리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퇴사 이후 주식의 명의개서를 거부하거나 차명주식의 존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자 이씨는 비자금 운용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차명주식 수를 줄이고 해외법인을 통해 역외자금을 형성하는 동시에 자산 규모를 은닉할 수 있는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운용하던 비자금 220억원 중 40억원을 스위스 비밀계좌에 예치했으며 추가로 60억원을 예치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이 회장에게 보고한 이메일 문건이 USB에 남아있었다.

나머지 100억원은 서미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했고 20억원은 돈 세탁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씨는 서미갤러리를 통해 1100억원에 달하는 해외 미술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구입 과정에 대해서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인 김희재씨가 직접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와 함께 미술품을 보고 구매대상을 결정했다고 기록돼 있다.

CJ그룹 주식 차명보유 현황, 무기명 채권 매매 리스트, 국내외 부동산 투자 현황과 관련한 내용도 문건으로 기록돼 USB에 저장됐다.

USB에 남아있던 이메일에는 "해외 미술품 구입은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이 될 수 있지만 걱정 안해도 된다. 문제되지 않게 잘 처리했다"라는 내용도 있다.

이씨는 또 "수사기관에는 알리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성 언급도 했다.

검찰은 2008년 당시 이 회장이 4000억원대 차명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세청에 알렸고 CJ그룹은 170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씨는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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