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보도편성'을 보는 방통위-미래부의 시각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3.05.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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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관할 종편 '과잉보도' 놔두고 일반PP '유사보도'에 딴지?

지난 10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문편성 방송사업자의 유사 보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행 방송법상 보도프로그램은 정부로 부터 허가·승인받은 지상파,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만 할 수 있는데, 일부 일반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오락·교양 프로그램에서 시사 해설·논평을 한다는 판단에서다.

방통위는 실태조사 결과 금지사항을 어긴 사업자는 법령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소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경쟁적으로 동조하고 나섰다.



이날 양 부처의 발표에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부조직개편 지연으로 가뜩이나 늦깎이 출범한 정부 부처들이 다른 산적한 방송 현안을 제쳐두고 유사보도에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방송편성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이나 정책 마련이 아니라 특정 PP의 편성을 들여다보겠다는 말이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방통위의 올해 업무보고에도 없던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할 사업자인 지상파, 종편을 다 놔두고 일반PP에 대한 규제 얘기를 공식적으로 꺼낸 것은 엉뚱해도 너무 엉뚱하다"고 말했다.

방통위와 미래부의 이날 발표는 한 종편의 계열 조간신문이 보도한 '유사보도 규제'에 대한 일종의 '해명성'이었다.

일반PP와 경쟁하고 있는 종편은 그동안 유사보도 규제를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이날 적극적으로 경제채널의 유사보도를 규제하지 않는데 대한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세계적으로 다매체 다채널 환경에서 편성규제의 법적 효율성은 떨어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방송의 공공성,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 정부가 할 일은 편성정책에 대한 철학을 갖고 큰 그림에서 규제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렇다면 편성정책은 특정 사업자에게만 국한돼선 안된다. 방통위 관할인 종편은 어떤가. '종합편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50% 이상을 보도·시사에 할애하는 '과잉보도'는 괜찮은가.

당초 종편은 승인받을 때 사업계획서에서 25% 수준의 보도 편성을 약속했다. 종편의 편성 계획은 의무이행 사안이다.

더욱이 정부가 종편에 의무재송신 등 각종 특혜를 준 것은 보도와 같은 특정 장르가 아닌 다양한 콘텐츠에 투자해 콘텐츠 산업을 키우라는 명분에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뉴스 재탕 삼탕'에 바쁘다. 종편의 과잉 보도·시사 편성 폐해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 기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66건으로 17대 대선보다 75%나 늘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인 34건이 종편이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방통위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종편의 편성을 문제삼은 적이 없다.

방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내년 3월 재승인 심사를 받는 종편의 사업계획서 이행실적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방통위가 종편사업자에게 사업권을 허가할 당시 1년 단위로 점검하겠다고 한 약속이기도 하다.

적어도 방통위는 어떤 정책이 우선인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방통위가 거대 언론권력인 종편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자초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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