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안써도 불티" 트래킹화'코브라' 뭐길래…

머니투데이 부산=송지유 기자 2013.05.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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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권동칠 트렉스타 대표 "2020년 아웃도어 신발 세계1위 목표"

부산=뉴스1 전혜원 기자 부산=뉴스1 전혜원 기자


무겁고 딱딱한 통가죽 등산화 일색이던 1990년대초 시원한 메시 소재 초경량 등산화를 처음 선보인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보아시스템(신발 끈이 아닌 와이어가 연결된 다이얼로 신발을 고정하는 시스템)을 트레킹화에 접목했다.

하루만에 맞춤형 신발을 주문·제작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갖췄고, 단일 등산화 모델로만 100만켤레를 누적 판매하는 기록도 세웠다. 이달에는 손을 대지 않고 신고 벗을 수 있는 '핸즈프리' 신발도 내놓는다.



토종 등산화 전문기업으로 잘 알려진 '트렉스타' 얘기다. 이 회사는 1988년 하이텍, 살로몬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에 신발을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회사 설립 수년만에 제조자설계생산(ODM)으로 전환을 거쳐 현재는 세계 60개국에 신발 기술과 제품을 수출하는 대한민국 대표 아웃도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초 개발', '세계 유일 기술' 등 수식어가 붙는 트렉스타 제품의 중심에는 천생 '신발맨' 권동칠 대표이사(58·사진)가 있다. 그의 기발하고 엉뚱한(?) 시도 때문에 돈을 까먹기도 많이 까먹었다. 하지만 덕분에 트렉스타는 세계가 탐내는 27개 기술특허와 등산화 부문 아시아 1위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올해 트렉스타의 매출 목표는 1500억원. 이 중 절반은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다. 2020년엔 매출 1조원, 세계 1위 등산화 기업에 도전한다. "편안한 신발로 인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권 대표를 만나 그 동안의 사업 스토리와 앞으로 계획 등에 들어봤다.

부산=뉴스1 전혜원 기자부산=뉴스1 전혜원 기자
-올 봄·여름 시즌 아웃도어 업체들의 신발 경쟁이 뜨거운데요. 트렉스타의 대표 트레킹화인 '코브라' 시리즈 신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고 들었습니다.

▶(웃음) 그러게요. 전국 판매점에서 제품을 보내달라고 난리입니다. 코브라는 스노보드화에 쓰이던 미국 보아테크놀로지사의 보아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등산화, 트레킹화 등 아웃도어 신발 옆에 적용한 제품입니다. 매년 업그레이드한 신제품을 내놓는데 올해는 출시한 지 한달도 안 돼 초기 물량이 다 나갔습니다. 코브라의 인기는 제품력의 승리입니다. 해외수입 브랜드가 아닌 토종 브랜드도 제품력이 좋으면 소비자에게 인정받는다는 걸 입증한 셈입니다.


-요즘 아웃도어 시장은 스타광고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트렉스타는 연예인 모델도 없고 마케팅 방향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회사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연예인을 앞세워 마케팅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스타 모델을 활용하면 일시적으로 매출이 뛸지는 모르겠지만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연예인 모델비, TV 광고비 등을 합하면 수십억원이 깨지는데 이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스타 마케팅에 쓸 돈이 있다면 제품과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습니다. 또 한명이라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 체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올해로 창립 26주년을 맞은 트렉스타의 직원수, 생산·판매 라인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부산 본사 직원이 300명, 서울 사무소에 50명, 중국 천진 공장에 1000명 정도 있습니다. 이 중 기술·디자인 연구 인력이 150명(한국 50명, 중국 100명) 정도 됩니다. 판매점은 직영과 대리점을 합해 전국에 120여개 있습니다. 등산화, 트레킹화 등 아웃도어 신발이 중심이고 얼마전부터 아웃도어 의류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신는 작업화와 군부대에 납품하는 군화도 만듭니다. 재단, 자재실험, 바닥창 배합 등 중요한 작업은 부산 공장에서 이뤄집니다. 부산에서 작업한 반제품을 중국으로 보내 나머지 작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트렉스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브랜드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해외 몇 개국에 진출했고 매출 비중은 어느 정도 인가요.

▶회사를 만들때부터 해외시장 진출이 목표였습니다. 경비를 들여 각종 해외 전시회에 트렉스타 제품을 출품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세계 3대 아웃도어 전시회로 불리는 국제스포츠용품전시회(ISPO)와 미국 아웃도어 리테일러 쇼, 유럽 아웃도어 쇼에도 모두 참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는 세계 각국 아웃도어 신발 바이어를 본사로 초청해 신제품 트렌드를 전망하는 행사도 열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이 쌓여서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 등 60여개국에 등산화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였는데 올해는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현재는 아웃도어 신발부문 아시아 1위, 세계 15위지만 2020년엔 세계 1위로 올라서겠습니다.

-해외 아웃도어 박람회와 언론 등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던데 트렉스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신발은 조금만 불편해도 걷기가 힘든데 현대 사회에선 지나치게 디자인에만 치우친 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어요. 트렉스타 신발의 경쟁력은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겁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인간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을 만든다는 목표로 2만명의 발을 분석해 개발한 '네스핏'이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요즘 세계 각국 바이어와 각종 해외 아웃도어 언론들이 네스핏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기술만한 경쟁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승승장구하던 매출이 지난해 주춤했습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이신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아닌가요.

▶중국 공장에 외화채권이 있는데 지난해 원화 강세로 외화환산 손실이 좀 났습니다. 아웃도어 의류 사업도 초기 단계여서 투자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네스핏', '코브라' 등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아 매출이 금세 회복될 겁니다. 의류 디자인과 영업 부문에 실력있는 인재들을 확보한데다 올해 론칭할 신개념 제품들이 줄줄이 준비돼 있어 곳곳에서 시너지가 날 겁니다. IPO는 오는 2015년까지 바닥을 단단히 다져 2016년쯤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국신발산업협회장으로서 신발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요.

▶신발산업은 후진국형 사업으로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지만 돈되는 효자산업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세계 신발 OEM 시장에서 20%에 불과한 한국 업체들의 비중을 늘리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대만과 경쟁하려면 인건비가 싼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신발 전용단지를 조성하는 등 사업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합니다. 자금력이 취약한 신발 업체들이 수출과 기술개발에 역량을 쏟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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