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구조조정 "조선만 살리고 다 판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3.05.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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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 이어 엔진·중공업·(주)STX 자율협약, 비조선 부문은 매각

STX엔진 (19,600원 ▲200 +1.03%)과 STX중공업, (주)STX가 3일 채권단에 자율협약(공동관리)을 신청한 것은 STX그룹의 전체적인 구조조정 밑그림에서 봤을 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읽힌다.

비조선 부문 계열사나 자산은 매각하되 조선 부문은 살려 그룹을 조선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게 큰 방향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STX엔진과 STX중공업은 STX조선해양에 선박용 엔진이나 기자재 등을 공급하는 계열사다. STX의 조선 부문은 이들 3개사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다. 두 회사는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STX조선해양이 어려워지면 함께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다.

서울 stx 본사서울 stx 본사


이런 이유로 STX조선해양이 지난 달 초 자율협약을 신청한 이후 시장에선 STX엔진과 STX중공업도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 STX엔진과 STX중공업은 STX조선해양의 납품대금 결제가 지연되면서 수백억 원 대의 대출원리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에 유동성이 수혈되면 STX엔진과 STX중공업의 자금 문제도 해결된다는 채권단 내 주장도 있었다"면서도 "2금융 등이 대출 회수에 나서면 버티기 어려워 자율협약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룹의 지주사인 STX(주)의 채권단 관리도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핵심 계열사들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거나 매각되면 지주회사의 정상적인 사업 영위가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STX는 STX(주)의 경우 STX건설처럼 자율협약이 아닌 법정관리 신청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 (0원 %)에 이어 3개사가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되면서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방향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이미 지원한 6000억 원의 신규 자금 외에 추가로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STX엔진과 STX중공업에 대해서도 신규자금이 지원될 전망이다.


비조선 부문의 구조조정 방향도 대략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TX는 이날 (주)STX가 보유 중인 알짜 계열사 STX에너지 지분 43.15%를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STX는 최근 STX에너지의 최대주주에 오른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로부터 교환사채(EB) 옵션 행사 지분(6.9%)를 되사온 후 한앤컴퍼니에 추가 매각해 경영권도 넘길 계획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 대금은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해운 자회사인 STX팬오션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STX조선해양의 중국 계열사인 STX다롄조선은 중국 정부와 현지 다롄시를 통해 중국에 사실상 경영권을 넘긴 상태다. 이밖에 유럽 계열사인 STX핀란드와 STX프랑스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생이 가능한 STX의 조선 부문은 유동성을 투입해 확실히 살리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매각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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