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혜정 기자
얼핏 생각하면 상당히 천박한 인사처럼 들린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날 인사가 하필이면 돈 많이 벌라는 말이라니.
중국은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 국가다. 하지만 경제관념이나 돈에 대한 인식은 자본주의를 비웃을 정도로 철저한 면이 많다. 그래서 혹자는 “중국은 공산주의를 실행한 지는 100년이지만 자본주의를 실행한 지는 5000년이다”라고 말한다.
제나라의 정책 전반을 이끌면서 중상주의 경제정책을 크게 성공시켰던 관중(管仲, 관포지교 管鮑之交의 그 관중이다)은 경제와 삶의 질을 결부시킨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창름실이지예절(倉름實而知禮節), 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 상복도즉육친화(上服度則六親和)” - 권62 관안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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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대체로 이렇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 영예와 치욕을 알며, 지도자가 법을 준수하면 6친(부·모·형·제·처·자)이 화목하게 된다.”
앞 두 구절은 우리 속담의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적 부가 넉넉해야 체면을 차리고 여유로운 정신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요지다. 중국은 이렇듯 약 2700년 전에 이미 부와 삶의 질을 연계시키는 실용적 경제관을 형성하고 있었다.
중국 역사학의 아버지 사마천(司馬遷)이 남긴 중국 3000년 통사, 는 중국인 특유의 경제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곳곳에 남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문적 경제 이론이라 할 수 있는 ‘평준서(平准書)’와 역대 부자들의 치부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화식열전(貨殖列傳)’은 정말이지 2천 수백 년 전의 기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적과 같은 경제 전문 자료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화식열전’에 등장하는 부자들의 치부 방략과 중국인의 경제관을 소개할 터인데, 이에 앞서 사마천이 에서 제시하는 부와 경제에 대한 인식에 관한 명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이하 모두 ‘화식열전’에 나오는 대목들이다)
“부는 인간의 본성이라 배우지 않아도 모두들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천 대의 마차를 가진 왕, 만 호를 가진 제후, 백 채의 집을 가진 갑부들도 가난을 걱정하거늘 하물며 호적에 간신히 이름이나 올린 백성들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눈과 귀는 아름다운 소리나 좋은 모습을 보고 들으려 하고, 입은 맛있는 고기 따위를 먹고 싶어 한다. 몸은 편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고, 마음은 권세와 유능하다는 영예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이런 습속이 백성들의 마음속까지 파고든 지는 벌써 오래다. 따라서 교묘한 이론 따위로 집집을 교화시키려는 일은 불가능하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 영예와 치욕을 안다. 예의는 부가 있으면 생기고, 부가 없으면 사라진다. 때문에 군자는 부유하면 덕행을 즐겨하고, 소인은 부유하면 자기 능력에 맞게 행동한다. 연못이 깊어야 물고기가 살고, 산이 깊어야 짐승이 노닐 듯이 사람은 부유해야 비로소 인의(仁義)를 행한다.”
중국의 전통적 경제관은 이렇듯 부를 통해 인간 삶의 질을 통찰했고, 이런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실용성을 가진다.
사마천은 관중의 중상주의에 입각한 실용적 경제관을 계승하여 ‘화식열전’이라는 명편을 남겼다. 사마천의 동상/사진=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