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인데 부동산펀드는 20조 활황 왜?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3.05.0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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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금융투자협회자료제공 = 금융투자협회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펀드에 몰리고 있다. 특히 국내 수익형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투자수요는 넘치는데 투자물량이 적다는 게 운용사들의 고민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현재 국내외 전체 부동산펀드시장 규모는 총 20조6048억원으로 2005년 2조56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8년여 만에 8배나 성장했다. 부동산시장은 침체됐지만 부동산펀드시장은 이처럼 매년 급성장세를 보여온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34%나 성장했을 정도다.



 이 가운데 부동산펀드의 국내투자는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조7200억원에 불과하던 수탁액이 2008년엔 6조64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후 매년 20% 내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2일 현재 16조3025억원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이처럼 부동산펀드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증폭되고 부동산 침체기에서도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외국투자자들이 금융위기 당시 국내 수익형부동산들을 처분해 매물로 나온 데다 연기금, 생보사 등 저금리에 자금을 굴려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상황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펀드는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등 연기금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수천억원대 자금을 받아 사무용빌딩, 백화점, 호텔, 주차장 등 수익형부동산을 인수해 수익을 창출한다. 임대료나 해당 부동산을 재매각해 얻은 차익을 토대로 투자자에게 연 6~8%의 수익금을 배분하는 사모형식의 부동산펀드가 일반적이다.

 삼성생명은 올 여름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인 한국감정원 본점 사옥을 2011년 2328억원에 매입했다. 삼성생명은 오는 6월 말 소유권을 넘겨받으면 일단 오피스로 임대업을 한 후 서울시의 영동권역 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되면 관련 개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임대업으로도 연 6~8%의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동산펀드 투자에 대한 매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투자처가 투자수요를 못따라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배당이 연 5.5% 수준이고 매각차익까지 감안해 수익률이 연 7% 수준이면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준금리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3.25%포인트나 떨어져 2%의 저금리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2011년 들어서 3%대로 올랐으나 지난해 다시 2%대로 주저앉았다.

 부동산펀드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항상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2007년 명동하이파킹 주차타워를 매입해 운용한 노무라이화자산운용은 지난해 6억157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운용사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당 주차장을 관광호텔(가칭 '명동M호텔')로 개발중이다. 명동M호텔의 사업성을 분석한 가람감정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후 객실 영업수익은 137억1816만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평균객실단가 18만원, 객실판매율 80%일 때를 가정한 경우다. 준공 예정일인 2015년 10월31일 이후 10년간 운영 후 재매각을 가정한 이 호텔의 적정가격은 1125억1900만원으로 산정됐다.

 한편 개발형 부동산펀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2007년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부지 개발사업) 사업에 자금을 댄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펀드3호' 등의 경우 최근 3년간 수익률은 -50%에 달했다. 파이시티는 부동산경기 활황기에 3조4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계획됐지만 개발 착수도 못해보고 최근 매각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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