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르노삼성, 개선된 '현금흐름' 뭘 노렸나

더벨 김장환 기자 2013.04.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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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 리포트②]운전자본 대폭축소 영향..르노 지원없이 투자비 '자체조달'

더벨|이 기사는 04월25일(09:37)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르노삼성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생겼다.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고도 현금흐름은 반대로 원활해졌다. 2010년부터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1년간 회사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여서 중요한 변화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량을 팔아 발생시킨 현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르노그룹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없어 발생한 현상이라는 해석과, 부산공장이 마침내 위탁생산기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현금흐름 좋아졌지만, 재고자산 '떨이' 영향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4억 원대 순현금흐름으로 돌아섰다. 르노삼성은 전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2599억 원의 적자흐름을 보였고, 2010년에도 역시 70억 원대 부(-)의 상태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이 원활해진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전년 보다 26.6% 하락한 3조655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1721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이익은 2076억 원 적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손실 폭을 전년에 비해 크게 줄였고, 자금 운용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면서 현금흐름이 좋아지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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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지난해 현금흐름 개선을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이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은 운전자본을 대폭 축소한 영향이 컸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매입채무를 크게 늘리고 재고자산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 말 르노삼성이 보유한 재고자산은 2009억 원으로 전년(3901억 원) 보다 1892억 원이나 줄었다. 이 기간 매입채무는 897억 원 가량 늘어난 2901억 원을 기록했고, 매출채권도 300억 원 가량 늘어난 2374억 원을 기록했다.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1478억 원으로 전년(3964억 원)에 비해 절반 정도가 하락했다. 결국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된 이유가 생산을 감축시키고 외상으로 끌어오는 물량을 늘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란 얘기다.

◇ 르노그룹 지원 '미진', 투자비 마련 '시급'

업계에서는 지난해 르노삼성이 이처럼 운전자본을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체적인 투자비 마련을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르노그룹의 자금 지원 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르노삼성의 수익성은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체적으로 투자비를 조달하기 위해 운전자본 조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업계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데도 대규모 희망퇴직까지 지시할 정도로 자체적인 자금 마련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부차입 없이 자체 자금 마련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은 (운전자본 조정 등 외에)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금껏 르노그룹이 자금지원 의지를 밝힌 부분은 닛산의 크로스오버 차량인 로그(ROGUE)의 차세대 모델 8만 대 '위탁생산' 공정 전환 비용뿐이다. 르노삼성은 오는 2014년까지 1억60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단계적으로 투입해 로그 생산라인을 확충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부터 증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르노그룹은 아직까지 르노삼성만을 위한 별도의 투자비 지원을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르노삼성은 개선된 현금흐름을 통해 유입된 자금을 고스란히 현금성자산으로 쌓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은 3002억 원으로 전년(1509억 원) 보다 두 배 늘었다. 현금 보유고가 2011년만 해도 국내 자동차업계 '꼴지' 수준이었지만 단번에 상황이 변했다. 쌍용차의 보유 현금(2037억 원)보다도 1000억 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외부차입이 50억 원대에 불과하고 금융비용이 연간 40억 원대에 그치는 탓에 상당수 현금을 투자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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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공장 '위탁생산기지' 가시화 됐나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닛산차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르노삼성만을 위한 투자비 지원 없이 닛산 차량 생산을 맡기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다. 2014년 이후 르노삼성이 현재 판매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부산공장에서는 르노삼성 차종 15만 대, 닛산 차량을 8만 대 생산하게 된다. 르노삼성이 사실상 르노그룹 자동차의 위탁생산 기지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운전자본이 크게 줄어든 것은 판매율이 낮아지면서 생산량이 줄었고, 이에 따라 재고자산이 대폭 줄었기 때문일 뿐"이라며 "(운전자본 축소를 통한 현금흐름 개선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현상이고, 르노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르노삼성의 내면을 살펴보면 해가 갈수록 투자비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투자활동에 지출한 현금은 585억 원으로 전년 980억 원보다 400억 원 가량 줄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체적인 투자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르노그룹 본사의 투자금 지원 역시 그만큼 없었다는 얘기도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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