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과당경쟁'과 '저가수주'도 문제지만 해외수주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현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GS건설이 40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루와이스 현장의 경우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미국 다우 프로젝트도 과당경쟁 지역이 아닌 곳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역시 프로젝트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프로젝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고급 관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진출이 급속도로 이뤄진 것이 문제라는 것.
손영진 한양대 교수는 "그동안 건설관행을 보면 대형건설기업들은 책임만 맡고 공사를 하청으로 진행하다보니 현장관리능력을 갖춘 인력들이 드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이른바 '갑을관계'에 익숙해 진 국내기업들은 문제가 생겨도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만한 협상력도 없다"고 꼬집었다.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몇년간 중동을 중심으로 저가 출혈경쟁이 벌어지면서 공사 진행 중 발생한 추가비용을 만회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일부 발주처의 경우 국내 건설기업들의 경쟁을 부추키며 공사단가를 낮추는 경우도 최근들이 번번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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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가로 수주하더라도 공사기간을 유럽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단축시켜 수익을 창출했던 국내 건설기업들도 저가수주가 지속되면서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 대형 건설기업 한 플랜트 담당임원은 "공기를 일정수준 이상 단축할 경우 공사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어 무턱대고 공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적정수준의 공사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해외건설 전략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매년 정부가 해외 수주목표를 정하고 이를 독려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건설업계 스스로 과당경쟁을 자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실적지상주의를 지양하고 정부차원에서 전문인력강화와 정보·금융지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