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젠틀 맨' '개콘'이 창조경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3.04.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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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창의력 인정하는 모범사례…성공한 실패 제도적 뒷받침 해야"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진통을 겪은 탓에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뤄진 미래창조과학부의 '지각' 업무보고자리.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 노믹스'의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경제' 해석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 듯 사례를 들어가며 창조경제의 중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이 있는데, 끝의 탄식할 탄(歎)자를 탄환 탄(彈)자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새 정부 출범 53일이 되서야 업무보고에 나선 미래부에 '총알 같은 속도전'을 주문한 박 대통령은 이어 창조경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조경제를 통한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뒤 "일부 대기업과 정부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래부나 방통위가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ICT)을 전 산업에 적용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를 융합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를 실현해야만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선 창의적 인재 양성,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도 도전이 가능한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한 사람의 재능이 세계 변화를 이끌어 가는 시대에 창의력이 풍부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구조가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기초체력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모든 산업의 부가가치를 결정짓는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 육성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 맨'에 사용된 '시건방 춤' 얘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젠틀맨'이라는 뮤직비디오가 발표 80시간 만에, 1억 뷰라는 대기록을 세웠다는데, 이번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시건방 춤'에 대해 최초의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그동안 관행으로는 춤을 살짝만 바꾸면 저작권료를 안 내도 되는 환경이었는데, 이렇게 남의 창의력을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고 추켜세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저작권료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내의 낮은 인식을 지적한 말로,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정부부터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는데 솔선수범해야 된다"며 정부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사용·유지 관리의 민간 기업 참여 확대를 지시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1999년 첫 방송을 탄 뒤 14년 간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KBS 2TV '개그콘서트'를 언급했다. 앞서 발언자로 나선 개그콘서트 연출자 서수민 피디는 성공 비결로 다양한 개그맨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콘텐츠, 실패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많은 실패가 쌓여야 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성실한 실패일 경우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관건"이라며 "백 마디 말보다 성공 사례들이 자꾸 보여 질 때 많은 국민들이 도전할 용기를 가질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도 개개인의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으려면 실패하더라도 몇 번이고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되고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제반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부터 창조경제의 개념 정리를 위한 외부 전문가 초청 간담회 및 전문가·청와대 협의회 등을 추진해 온 청와대는 본격적인 창조경제 알리기에 나선다. 다음 달에는 창조경제의 비전과 목표, 추진 프로그램, 예산, 법·제도 개선, 추진 일정 등을 담아 '비전선포식'을 개최한다. 사회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4~5월 중 창조경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구축하고, 전 국민 아이디어 경연대회 및 무한상상 마다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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