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우리금융, 승계프로그램 '무용지물'

더벨 윤동희 기자 2013.04.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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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②2011년 양성프로그램 도입…외부인사가 회장·행장 선출 좌지우지

편집자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이달 초에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지주사 회장 선임 등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더벨|이 기사는 04월16일(11:21)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지주사와 마찬가지로 2011년 금융감독원 지시에 따라 CEO 승계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회장직 후보를 공개 모집하고 정부가 인사에 관여하도록 정관이 짜여 있어 지배구조가 외풍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지주 (11,900원 0.0%)는 2011년 9월 경영진 양성 프로그램을 정립했다고 공시했다. 운영주체는 이사회 산하의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다. 경발위는 박영수, 이두희, 채희율, 이헌 등 총 4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다. 위원장은 박영수 사외이사다.

승계 프로그램은 총 3단계로, 1단계는 후보군 관리로 전 계열사 임원과 임원 후보군을 대상으로 실적과 품성 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2단계는 육성 단계로 최고경영자 과정(AMP) 연수를 실시하고 회장 유고 시 3단계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평가 대상은 4~5명으로 2단계의 연수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CEO의 소극적 자격 요건은 금융지주회사법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지를 보는 것이고 적극적 자격 요건으로는 △도덕성 △업무 전문성 △추진력 △리더십 등이 있다.

이처럼 승계 프로그램은 구비해 놨지만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장 등 주요 CEO 선출 방식은 이와 무관하게 공개모집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장과 행장을 선출할 당시 정부 인사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승계 프로그램은 사실상 무용지물 신세다.

회추위행추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회장 임기가 만료됐을 때나 임기 중 사임했을 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한다. 이때 회추위에 현직 회장은 들어가지 않고 주주대표 1명과 지주사 사외이사 3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총 7명으로 이뤄진다. 외부 전문가는 사외이사의 추천을 받아 선임한다. 후보는 내외부 인사와 관계없이 공개적으로 모집한다.

내부 인사를 CEO로 육성하겠다는 경영승계 프로그램과 배치되는 회추위 구성과 후보선출 방식이다. 승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경발위가 회추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강제력이 없는 데다, 내부 사정에 밝지 못한 외부인이 위원회 멤버로 참여해 회장 후보 선출에 관여한다. 주주대표로 참여하는 예금보험공사 측 인사도 지주보다는 정부측 의견에 기댈 가능성이 크다.

사정은 우리은행장도 비슷하다. 우리금융지주의 각 자회사 사장은 '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선발되지만 은행장의 경우에는 별도로 '자회사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선발 절차를 거친다. 이 위원회에는 지주사 회장과 지주사 사외이사 2명, 외부전문가 2명, 은행의 사외이사 1명과 주주대표 1명 등 총 7명이 참여한다. 지주와 마찬가지로 후보는 공모로 받는다.

은행장 후보도 공모 방식을 택하고 있어 자기관리를 꾸준히 해온 예비 CEO 후보가 승진하는 구조라고 하기보다는 외부 인사의 투표권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또 타 지주의 경우 은행장 선출에 회장과 사외이사만 관여하는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외부 인사의 수가 더 많아 지주 회장의 발언권이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선출 방식 때문에 회장과 은행장 간에 불협화음이 일기도 한다. 승계 프로그램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지배구조 체제가 비효율적으로 마련돼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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