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차베스 사후 첫 대선 '운명의 날'

머니투데이 유현정 기자 2013.04.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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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후계자인 마두로 유력···남미 사회주의 국가들 결과에 '촉각'

↑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대선이 치러진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 지역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알자지라방송 동영상 캡처)↑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대선이 치러진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 지역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알자지라방송 동영상 캡처)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서민 구역에서는 일요일인데도 동 트기 전 새벽에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잠든 시민들을 깨우는 소리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작고한 이후 이날 베네수엘라에서 첫 대선이 치러졌다. 20년 만에 차베스 없이 치러지는 대선이긴 하나 차베스의 후광 효과를 등에 업은 니콜라스 마두로 임시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



이번 선거는 남미 사회주의의 리더였던 차베스가 세상을 뜬 후 베네수엘라의 향후 운명을 가르는 선거로 특히 베네수엘라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았던 남미 사회주의 국가들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선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되며 결과에 대한 윤곽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자정께 나올 예정이다.



집권 여당에선 차베스 사후 대통령 직무 대행을 맡아온 니콜라스 마두로 전 부통령이, 야권에서는 반 차베스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주 주지사가 각각 후보로 출마했다.

50세인 마두로는 버스기사 출신의 노조활동가로 베네수엘라의 외무장관과 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차베스가 암투병으로 쿠바에 머무를 당시 국정을 거의 운영하다시피 해 온 후계자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차베스의 아들을 자처하면서 "21세기형 사회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서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40세인 카프릴레스는 베네수엘라 개혁을 외치는 중도 우파 성향의 젊은 야당 기수로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산층과 여성의 지지가 높은 편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그동안 마두로가 두 자릿수 이상 격차를 보이며 카프릴레스를 따돌렸지만 최근에는 격차가 7%까지 좁혀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선거 열기가 뜨겁긴 하지만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의 기록적인 투표율인 80%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마두로가 당선되더라도 차베스의 카리스마를 극복하고 이질적인 집권 여당을 장악하는 것과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양 진영의 불신이 가득한데다 부정 선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경우 사회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염려되고 있다.

야당 진영에서는 여당이 노인들을 중심으로 동원 선거를 꾸미고 있다면서 지지자들에게 부정선거를 보는 즉시 사진을 찍고 소셜 미디어에 올려 달라고 호소했다.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은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부정 선거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암 투병 중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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