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전 총리 비판곡 英 음원차트 1위…논란가열

머니투데이 이호기 국제경제부 인턴기자 2013.04.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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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5초방송' 절충안 내놔

↑영국 아이튠스 차트(UK iTunes Chart)에서 마가렛 대처 전 총리를 비판하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딩동, 마녀가 죽었다'라는 노래가 1위를 기록중이다. (ⓒ아이튠스 차트 웹사이트 캡처)↑영국 아이튠스 차트(UK iTunes Chart)에서 마가렛 대처 전 총리를 비판하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딩동, 마녀가 죽었다'라는 노래가 1위를 기록중이다. (ⓒ아이튠스 차트 웹사이트 캡처)


지난 8일(현지시간) 87세로 타계한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비판하는 노래가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1위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노래의 방송 여부에 대해 난감해 하던 BBC 라디오 방송은 결국 5초만 곡을 틀기로 하는 절충안을 발표했다.



12일 영국 '아이튠스'(iTunes) 차트에서는 '딩동, 마녀가 죽었다'라는 노래는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영국 음악 순위인 오피셜 차트 컴퍼니 영국 톱40 차트에 의하면 이 곡은 3위에 올랐다.

이 노래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사악한 마녀가 죽었을 때 축하곡으로 쓰였던 노래를 의미만 살짝 바꿔 대처를 비판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12일 BBC뉴스 인터넷 판에 따르면 이날 BBC라디오1 방송 측은 1939년 개봉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삽입됐던 '딩동, 마녀가 죽었다'라는 노래가 오는 14일 공식 주간 차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5초 동안만 짧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디오 방송 관계자인 벤 쿠퍼는 "노래가 무례하다고 본다. 세상을 떠난 분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이다"라며 "반면 내가 그 곡을 금지하면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우리는 슬픔에 빠진 유가족의 입장과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해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곡 전체를 틀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대처 전 총리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단체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이 곡을 다운로드 하도록 캠페인을 벌였고, 최근 2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노래를 영국 싱글 차트 1위로 끌어올려 BBC의 공식 차트에 전파를 타도록 하는 것이다.

노래가 차트 상위권에 오르자 결국 BBC 라디오1은 방송에 해당 곡을 틀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절충안을 발표했다.

BBC방송의 토니 홀 심의관은 "개인적으로 대처 전 총리를 비난하는 캠페인이 무례하고 부적절하다"면서도 "노래를 완전히 금지해버리면 언론의 자유에도 위배되고 노래에 대한 관심을 더 끌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BC 라디오1은 14일 차트를 소개하는 방송 시간에 대처를 비판하는 의도를 가진 오즈의 마법사 노래가 왜 순위권에 들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뉴스를 함께 내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처 전 총리가 타계한 후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처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양분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재임 당시 복지축소와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등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개혁이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등 영국병을 치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대로 실업률이 치솟고 사회 불안이 가중되는 등 빈부 및 지역 격차를 확대시켰다는 반(反) 대처 시위자들의 비판도 함께 부각됐다.

한편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은 오는 17일 런던 세인트 폴 성당에서 2000여 명이 국내외 조문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대처 전 총리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단체들과 사람들이 오는 13일부터 장례식 당일인 17일 까지 트라팔가 광장 등 런던 시내와 리즈, 리버풀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영국 경찰은 보안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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