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실국장·간판·명함' 없는 '4무(無)부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3.04.1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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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간 미래부 관찰일기]좌불안석 실국장·정신없는 과장단···"미래부의 미래가"

(사진 上)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건물. (사진 下)문패조차 없이 허전한 미래부 건물앞 모습 (사진 上)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건물. (사진 下)문패조차 없이 허전한 미래부 건물앞 모습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과천정부청사에 새둥지를 튼 지 3주.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장관 임명은 물론 실·국장 인사도 스톱된 채로 미래부는 '선장 없는 함선'으로 존재하고 있다.

정부과천청사 4동 입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0일간 미래부는 맞은 편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처럼 버젓한 문패조차 구경할 수 없다. 현판식도 아직 못했다. 업무표장(MI)만 겨우 확정했다. 외부 손님이 방문하면 이곳 공무원들의 첫마디는 "아직 명함이 안 나왔습니다"이다. 장관도 없고, 국실장도 없고, 간판도 없고, 명함도 없는 이른바 '4무(無)부처'다.



◇ 창조경제 질문에 '화들짝'

미래부에서 입밖으로 꺼내선 안되는 금기어(?)가 있다. 바로 '창조경제'다. 최 장관 내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창조경제 정의론'을 둘러싼 여야간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정책기조로 삼았지만 용어 자체가 서로 다르고 해석이 분분하다.



기자와 만난 미래부 한 고위직원은 창조경제를 묻는 질문에 난감해 한다. 그는 "말이 쉬워 창조경제지, 단시일 내에 가능한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또 "자칫 창조경제의 틀이 처음부터 잘못 설계되면 실현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며 섣불리 규정할 얘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엉뚱하게도 미래부 관련 재단과 협·단체 등 유관기관에 불똥이 튀었다.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창조경제 개념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라'는 미션을 어떤 가이드도 없이 막무가내로 던져준 눈치다. 미래부 산하 협단체들이 준비 중인 포럼과 각종 세미나들은 대부분 '창조경제' 이름 붙이기 바쁜 게 증거다.

미래부 관련 한 재단 홍보팀장은 "과학의 날 행사 준비로 정신이 없는 데 창조경제 관련 의미가 포함돼면 좋겠다는 윗선 지시에 난감하다"고 밝혔다.


◇ 이가 없으면 잇몸…'과장급 책임행정?'

미래부는 각 부서 과장을 중심으로 현안을 챙기고 있다. 국·실장이 수행해야 할 업무보고나 간담회 등을 대신 수행하며 정부의 업무 처리 지연을 최소화했다. 임영모 미래부 과학기술정책 과장은 "국실장 인사가 아직 나지 않았지만 오는 5월과 7월 예정된 빅데이터 관련 기술영향평가와 기술영향평가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ITU전권회의추진단도 미래부 첫 국제행사인 '아태지역 1차 준비회의'를 성황리에 마쳤다.

최근엔 삼삼오오 둘러앉은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과장들의 '공'이 절대적이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미래가 없는 미래부', '개점휴업' 등의 신문 수식어는 이제 그만 쓸 때도 되지 않았냐"고 꼬집는 미래부 한 직원은 "(과장들이)이 정도로 했으면 행정초반 성적 비판은 현실을 감한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과장급에서 답답함과 자신감이 교차한다면 실·국장급 고위인사들은 좌불안석이다. 각각 이전 부처시절 주관했던 업무에 따라 임시 실국장석에 앉아 있지만, 언제 뒤바뀔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대전에선 장·차관 방문 신청 쇄도 왜?

조만간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래서인지 미래부에선 장관의 국공립연구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방문 동선을 이미 잡아 놓은 상태다. 미래부 관계자는 "장관 임명과 함께 장·차관님 대전 대덕연구단지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승철 미래부 연구공동체지원과 과장은 "각 출연연 기관장들의 장·차관 방문요청을 이미 모두 전달받은 상태"라며 "과학기술출연연기관장협의회를 시작으로 하루에 2~3곳 정도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곳의 출연연 기관장들의 앞다툰 방문 구애에 그들의 속내가 슬쩍 궁금해진다. 출연연 내부사정을 꿰뚫고 있는 전직 연구원은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대덕특구기관장의 경영과 인사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출연연 기관장 교체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추측이 있다"며 "아마도 출연연 기관장의 재신임이나 교체가 늦어도 내달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기관장들이 최 후보자를 미리 만나 현 위치를 유지하려는 사전 포석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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