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한국이 찾아야 할 경제위기의 해법은?

머니투데이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2013.04.1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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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한국이 찾아야 할 경제위기의 해법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에는 서로 다른 색깔을 띤 3개의 강이 합쳐지는 나일강이 있다. 이집트 제사장의 국운 예측은 바로 나일강 물빛의 변화를 읽는 능력에 달렸다고 한다. 합류된 물의 색깔을 보고 닥쳐올 가뭄과 홍수를 예상하고 대책을 세운다는 것이다.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읽고 대응책을 잘 만드는 나라가 문명국이고 강국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 개의 강은 미국, 중국, 일본이다. 미국에서 날아오는 돈 바람이 금융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중국에서 넘어오는 상품의 홍수가 제조업을 흔들고, 일본에서 불어오는 문화오락의 바람이 한국의 서비스산업을 좌우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소위 선진국들이 모두 돈 풀기에 나섰는데 한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여전히 금리 논쟁하고 있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포지션 바꾼 지가 한참이고 한국의 대기업들이 한국을 버리고 모두 중국에 생산공장 짓겠다고 줄을 서는 데 정부는 투자를 더 하라고 재촉이다. 가라오케부터 아이돌 문화까지 일본에서 수입했던 문화오락산업에서도 일본의 영향력에서 독립만세 하는가 싶더니 뒷심부족으로 다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전쟁에서 자중지란은 패전의 원인이다. 일사불란하게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가도 될지 말지 인데 우왕좌왕하면 될 일도 안 된다. 트렌드의 변화를 읽고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답이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를 놓고도 말이 많다. 지금 한국을 둘러 싼 세 갈래 흐름이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는 데 일사불란한 대응과 미래를 대비하는 큰 비책이 잘 안 보인다.



앞이 잘 안보일 때는 역사책을 꺼내 보는 것이 답이다. 1788년 이후 2000년까지 22차례의 경제위기에서 세계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동력은 신기술, 신시장, 화폐발행, 전쟁, 소득분배를 통한 사회개혁 5가지였다. 지금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은 화폐발행에서 답을 찾고 있고, 30년간 허리띠 졸라매 3.3조달러의 천문학적 현금을 보유한 중국은 소득분배에서 답을 찾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의 북한은 전쟁위협으로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전쟁준비는 숨어서 하는 것이지 대놓고 으름장 놓고 전쟁을 하겠다는 것은 어느 병서에도 없다. 경제가 엉망이어서 삽을 들어야 하는 나라가 총을 들고 있다. 북한의 전쟁 위협은 그 만큼 내부사정이 절박하다는 간접표현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 찢어지고 광속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정보화시대에 뒷북치면 죽는다. 일본이 돈 찍기 하는 미국을 베끼고 의기양양해 하지만 프린터로 만든 경기회복은 프린터가 멈추는 순간 또 다른 버블 위에 앉아 있음을 알게 된다.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벌어 논 돈도 신통치 않은 한국이 선택할 해법은 무엇일까? 신기술 외에는 대안이 없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한국의 살길이다. 창조경제가 뭐냐 입씨름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자기분야에서 세계최고를 만들면 그게 창조경제다.


남의 칼로 이기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 최고의 전략이다. 세계최대의 현금보유를 자랑하는 애플은 단 한대의 핸드폰도 안 만든다. 중국의 팍스콘이 대신 만들지만 돈은 애플이 다 챙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회사는 모두 이런 식이다. 종이와 연필, 머리만 사용해 원재료 하나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돈 버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의 아이디어가 창조기업 애플을 눌렀고, 한국의 국제가수 싸이가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를 제패했다.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이 소비를 줄이자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공급과잉인 시대가 되었다. 100등이 2등까지 가는 데는 스피드와 효율이면 되지만 2등이 1등 되려면 혁신이다. 정부도 포춘 500대 기업이 할 일과 동네슈퍼가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 주고 재벌은 삼성처럼 만들고, 아이디어 있는 중소기업과 개인은 싸이처럼 만드는데 주력하면 된다.

북한의 위협이 있지만 '깡'을 부리는 자는 '꾀' 있는 자를 못 이기고, '꾀' 있는 자는 한 수 앞을 내다보는 '꾼'에게는 못 당한다. 절묘한 '꾀'로 북한을 달래고 한반도 주변의 물빛을 제대로 읽어 내 미래를 준비하는 '꾼'이 있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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