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도 세금이 싫다" VIP의 세테크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김성은 기자 2013.03.29 16:59
글자크기

절세 재테크 상품 보유한 공직자 눈길···주식 직접투자 대신 상장지수펀드(ETF) 선호

'유전펀드, 물가채, 브라질국채 그리고 국민주택채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9일 공개한 '2012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공직자 포트폴리오에 슈퍼리치가 선호하는 절세상품이 망라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 공직자도 세금은 부담스러웠을까?

◇공직자도 '세테크'는 필수= 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장은 '세테크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의 다양한 절세상품을 신고했다. 최 원장은 전세보증금을 회수한 자금으로 부동산펀드인 맵스리얼티1(1910주)와 인프라 펀드인 맥쿼리인프라(910주), 유전펀드인 한국앵커(Ankor) 유전(1200주),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유동자금(172주) 등을 샀다.
 
멕시코만 해상 유전에 투자하는 한국앵커 유전펀드는 조세특례제한법상 배당소득에 대한 특례가 오는 2014년까지 적용되는 절세펀드다. 액면기준 3억원 초과분은 15.4%, 액면기준 3억원 이하 원금에 5.5%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이 펀드는 윤여규 국립중앙의료원장을 비롯해 상당수 공직자의 재산 목록에 올랐다.
 
최 원장이 보유한 맥쿼리인프라도 지난 해까지는 인프라펀드에 적용되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은 절세상품이었다. 다만 올해부터 이 혜택이 사라졌다.
 
이 여파인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의 경우 맥쿼리인프라를 9만7000주 전량 처분했다. 이 회장은 대신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슈퍼리치의 절세채권으로 불리는 국민주택3종채권을 추가매수(총 2억5700만원 신고)했다. 2005년 첫 발행된 국민주택3종채는 표면금리가 0%인 제로쿠폰 채권이다. 이는 이자는 없고, 액면가에서 할인발행돼 만기에 액면금액을 지급받는다. 이자가 없는 탓에 비과세되고, 자본차익을 이자 대신 챙기게 돼 VIP의 '필수 상품'으로 꼽힌다.
 
브라질 국채도 빠지지 않았다.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브라질국채 20만주(1억1533만원 규모)를 신고했다. 브라질 국채는 해외채권 중 가장 '뜨거운' 절세상품.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가 9%에 달하는 데다 토빈세(6%)만 내면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이자와 자본차익, 환차익이 모두 비과세돼서다.
 
물가채도 신고 목록에 자주 등장했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물가채인 물가0150-2106(1억8830만주) 2억800만원 어치를 신고했다. 물가채는 표면 금리는 매우 낮지만 물가상승률 만큼 가격이 오를 때 가격 상승분이 비과세된다.
 
한때 돌풍을 일으킨 즉시연금에 가입한 공직자도 있었다. 김기수 전 대통령비서관은 삼성전자 주식 3000주 가운데 573주를 매도해 즉시연금 8억3000만원어치를 가입했다. 즉시연금은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하고 다음 달부터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보험차익에는 비과세가 적용돼 지난해부터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즉시연금 가입 광풍이 불었다.
 
한편 양건 감사원장, 최태인 원장 등은 부동산 펀드인 맵스리얼티1원도 보유하고 있었다. 김성진 한경대 총장도 브라질 부동산에 투자하는 맵스프런티어브라질에 1억1000만원을 투자했다. 월지급식 부동산 펀드는 종합과세 대상이지만 부동산을 직접 매매할 때보다 취등록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고 수익이 분산돼 간접적인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식 대신 ETF로"= 공직자들은 눈치 보이는 주식 대신 ETF에 관심을 보였다. ETF가 대중화되자 신규 매수한 경우가 많았고, 주로 배우자 명의로 신고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배우자 명의로 매수한 KODEX 200을 1910주 매도하고 대신 파생 ETF인 KODEX 레버리지 471주를 신규 매수했다. KODEX 레버리지 ETF는 펀드 안에 코스피200 종목과 코스피200 선물에 동시 투자해 코스피200 지수가 1% 오를 때 2% 오르는 승수 효과를 누리는 상품이다.
 
유명희 전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도 배우자 명의로 TIGER 레버리지를 지난해 2만5219주 추가 매수했다. 총 보유주식수는 모두 8만5219주, 금액으론 지난해 5억9850만원에서 올해 9억9194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도 ETF를 택했다. 김 은행장은 KODEX 200을 지난해 513주 추가매수해 총 627주를 보유 중이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KODEX 레버리지/KODEX 200 각각 90주, 176주(약 580만원 규모) 매수했다.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은 KODEX 에너지화학 1500주, KODEX 자동차 1500주 등 섹터 ETF에 자금을 분산했다고 신고했다.
 
이밖에 쿼드투자자문의 자문을 받는 자문형랩에 가입한 공직자도 있었다.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본인 및 배우자 명의로 각각 3억2000만원, 1억1000만원 규모로 쿼드자문형랩에 가입했다고 신고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