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토빈세가 외환시장 유동성 메말린다"

머니투데이 신종국 영국 퀸즈대학 경제학 교수 2013.03.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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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국교수의 이코노미]<하>토빈세 기대와 상반된 연구결과 나온 이유

편집자주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토빈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후 정치권 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토빈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정작 학계에선 토빈세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사실상 전무한 게 현실이다. 이에 최근 토빈세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한 영국 퀸즈대학(Queen's University-Belfast) 신종국 경제학 교수의 토빈세에 대한 칼럼을 2회 싣는다. 신 교수는 경제학 최고의 학술저널인 AER(American Economic Review)에 논문을 게재한 실력있는 소장 경제학자다.

▲신종국 영국 퀸즈대학(Queen's University) 경제학과 교수. (사진= 이동훈 기자)▲신종국 영국 퀸즈대학(Queen's University) 경제학과 교수. (사진= 이동훈 기자)


그렇다면 토빈세가 외환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젠에 언급했듯이 토빈세를 실제로 부과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으나, 학자들은 매수-매도 호가 차이를 가지고 거래비용을 측정하는 방법 등으로 토빈세 혹은 자본거래비용의 차이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측정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놀라운 것은 이들 연구에서 거래세 (비용)의 증가가 외환 시장의 변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토빈세 옹호론자들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필자는 거래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투기거래가 감소했으나, 이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작은 외부충격에도 시장이 큰 폭으로 반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장 미세구조 금융이론 (market microstructure finance theory)에 의하면, 시장에서의 거래는 단순히 자금과 자산(주식/채권/외환 등)이 교환되는 것 이상의 과정이다.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유동성(=원하는 시점에 낮은 거래 비용으로 원하는 양을 지체없이 매매할 수 있는 자산의 성질)이 공급되고,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가격이 발견/형성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투기자들은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한다기보다, 자산-자금의 최종 수요자들 간의 거래가 보다 효율적인 가격에 원활하게 체결될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이다. 토빈세의 부과는, 기대대로 투기자를 시장으로부터 축출하지만, 그 결과로 유동성 공급을 저해할 수 있다 하겠다. 결국 이 두 가지 상반되는 힘이 부딪치면서 처음에 언급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참고로 일부에서 평상시에는 저율(0.02%), 그리고 위험시에는 고율(10-20%)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2단계 를 논의 하고 있다. 이는 한편 타당해보이나, 시장 미세구조론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세금구조는 시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유동성 효과이다. 앞서 언급한 예에서 본 것과 같이, 저율의 토빈세조차 유동성을 심각하게 메마르게 할 수 있다. 그런데 고율의 토빈세하에서는 거래 (유동성)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시장 참가자들이라면, 유사한 사건들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90년대말 외환위기 당시, 9/11 직후, 현재의 금융위기 직후에 바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었다. 그 당시 복합적인 이유(한국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테러에 대한 불확실성, 금융시스템 및 자산 담보부 채권 등급에 대한 불신 등)로 거래가 대폭 줄어들었고, 유동성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 기간 동안, 자산 가격은 작은 뉴스에도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를 볼 때, 고율의 토빈세가 유동성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면, 외환(외화자산)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 기대효과이다. 고율의 토빈세가 존재하는 상황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유동성 위기가 상존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 급작스럽게 유동성이 사라지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장 참가자들이 거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유동성 위험에 대한 더 높은 보상 (risk premium)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자산(외환) 구매자는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토빈세의 기대효과는 가격 왜곡을 심화시키고 매수-매도호가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들며, 이는 유동성을 낮춰 시장이 외부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셋째, 정보 신호 (signaling)효과이다. 2단계 토빈세가 발동 될 경우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으며, 이는 거래를 더더욱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위에 말한 두가지 메커니즘을 증폭시켜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토빈세의 도입은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본 세금의 도입을 원하는 정책입안자들에게는, EU에서 토빈세를 도입한 이후 추이를 살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이에 대한 기회비용을 굳이 따지자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외환위기에 대해 토빈세가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일지 혹은 부정적일지 모호한 영향정도라 하겠다.

비록 한국 외환시장이 외부충격에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건전한 시장이다. 만약에 토빈세를 도입한다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소뿔을 바로 펴려다가 건강한 소를 잡는 우를 범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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