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구원군 '시동생의 난' 10년 갈등 끝낼까?

머니투데이 김태은 오상헌 기자 2013.03.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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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주총에서 '우선주 발행 확대'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모두 통과시켜

긴박했던 3시간이었다. 지난 10년간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 (17,370원 ▲60 +0.35%)은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와 말 못할 경영권 분쟁을 겪어 왔다. 지난해는 금융비용으로만 6900억원을 넘게 썼을 정도로 자금난도 심각해졌다.

현대상선은 22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 고질적 2대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현대상선은 전환 우선주를 발행해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하는 한편, 3년 후 전환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꿔 범 현대가와의 지분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이를 위해 이날 주총에서 △우선주(전환우선주 포함)를 종전 2000만주에서 최대 6000만주까지 늘리는 안과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을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동시에 승인받아야 했다.

◇10년간의 갈등, 또다시 주총 표 대결〓첫 출발은 현대상선 측이 불리해 보였다. 가장 먼저 표 대결이 붙은 이사보수한도 승인 건에서 찬성표가 65.52%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2대 안건을 승인 받으려면 이날 참석한 주주들로부터 최소 66.69%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본 게임에 앞서 실시한 이사보수한도 승인 건부터 표대결은 힘에 부쳐 보였다. 현대상선은 2011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현대상선 주총에서도 우선주 발행한도를 늘리자는 안건이 표 대결 끝에 무산된 바 있다.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현대그룹)과 범 현대가의 악연은 지난 2003년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망 이후 10년 새 6차례나 반복됐다. 2003년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사이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시숙의 난'이 벌어졌고, 2006년에는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으로 갈등 주체가 바뀌었다. 2010년에는 정몽구 회장과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충돌한 경험도 있다.

◇700만주 구원병, 현대상선 의지대로 안건 통과〓이날 열린 주총 1라운드에서도 다시 범 현대가의 압박으로 현대상선 의지가 좌절될 듯 보였다.


그러나 뜻밖의 구원군이 등장했다.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하기 직전 700만주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와 대리인이 뒤늦게 나타났다. 이들의 표는 주총 참석 주주의 5.5%에 해당돼 현대상선 의지대로 2대 안건을 통과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등 2대 안건은 67.3% 찬성으로 원안대로 모두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은 700만주 실체에 대해 위임장 확인을 요구하며 맞섰지만 이미 통과된 안건을 뒤집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측 대리인은 "200만주를 행사하는 국민연금 측도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에 이 대로라면 이 안건은 통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갑자기 늘어난 700만 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구원군은 일부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난 숨통, 한숨 돌린 현대상선〓현대상선은 이제 큰 짐을 덜고 한숨 돌린 모습이다. 무엇보다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우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현대상선은 올해 1조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한다. 이를 위해 조만간 전환 우선주 2000만주를 발행해 2000억~3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만약 이 2000만주가 3년후 보통주로 전환된다면 현대그룹은 우호지분을 합친 지분율을 현행 47%에서 53%로 높일 수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 지분율은 종전 32.9%에서 29%대로 낮아진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가 현대그룹 경영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어떤 식으로든 현 회장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이라며 "아직 경쟁구도가 완전히 현대그룹 쪽으로 쏠린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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