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 기자
이 과정에서 어윤대 회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다. 내부 갈등 봉합을 위해서라지만, 사사건건 대립해 온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을 위해 뛰면서 자신의 최측근은 잘라내야 했다.
KB금융그룹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4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참석자 주식(서면의결권 행사 포함) 3억5543만7311주 가운데 66.5%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어 회장은 "사외이사별 찬성 및 반대·기권 의견 비율을 밝혀 달라"는 한 주주의 요청에 "8명의 후보자 중 찬성 입장이 가장 적었던 최소득표 후보자가 66.5%의 찬성을 받았다"고 밝혔다.
어 회장도 이날 주총에서 "이번 사외이사 선임안은 저 역시 적극 참여해 전원 찬성으로 만든 것"이라며 "밖에서 생각하듯 이사선임과 관련해 경영진과 이사회의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어 회장과 갈등을 빚었던 기존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은 어 회장의 연임에 분명한 '적신호'다. KB지주는 오는 7월 어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음 달 말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있지만, 사외이사들이 주축인 추천위가 어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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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회장은 이날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장추천위가 공모 형식으로 구성되면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내가 하는 게 아니다.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차기 경영권을 노린 KB지주 내부의 '레이스'가 이미 시작됐다는 말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MB맨' 금융 CEO 물갈이 분위기가 어 회장의 결단을 재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주총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KB의 가치를 훼손한 어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