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의 막바지에 노예해방을 위해 수정헌법 13조 개정을 이뤄낸 그의 생애 마지막 4개월을 그린 영화 '링컨'이 지난 2013년 3월 14일 개봉했다.
영화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야기꾼으로서 내공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이미 결말을 다 아는 역사인데도 그 과정을 긴장감 있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영화는 링컨이 가진 리더십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는 훌륭한 정치학 혹은 경영학의 '재밌는' 교과서이기도 하다. 리더를 꿈꾸는 이라면 꼭 한번 봐야 할 영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고 "대통령으로서 주어진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고 했을 정도다.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도 정치의 올바른 길을 묘사하고 있다고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다양하고 많은 독서량도 그의 리더십을 뒷받침했다. 법률가이면서도 수학 서적까지 탐독했다. 그는 여러 분야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른바 '통섭형' 인물이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동일한 것의 같은 부분은 같다'는 공리까지 인용해 흑인의 인권을 강조하는 주장을 펼칠 정도였다.
고지식하지 않고 융통성도 있었다. 남부 연합 대표들이 정전협상을 위해 워싱턴에 왔다는 소문을 확인하는 의회의 요청에 링컨은 '내가 아는 한 그들은 워싱턴에 있지 않다'라는 답신을 보낸다. 사실 남부 대표들은 이미 북부 영토에 들어와 있었지만, 개헌의 시간을 벌기 위해 링컨은 그들을 워싱턴에 들이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돌게 만들었다. 따라서 그의 답신은 거짓말이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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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무엇보다 링컨이 가진 리더십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유머감각이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나 정책 결정에서 다양한 유머를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링컨의 유머에 관해선 많은 일화들이 전해진다. 한두 가지 소개해본다.
상원의원 선거에서 상대후보는 링컨에게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링컨은 이렇게 대꾸했다. "내가 두 얼굴을 갖고 있다면 이 자리에 이렇게 못 생긴 얼굴을 들고 나왔겠습니까?"
이런 일도 있었다. 경쟁 후보가 합동유세에서 '천당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링컨이 손을 들지 않자 신앙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응하는 링컨의 대답은 솔직하면서도 재밌다. "난 천당도 지옥도 아닌 의회로 가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차례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상대후보는 피뢰침이 달린 저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벼락을 무서워할 정도로 죄를 많이 짓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링컨이 이렇게 19세기 민주주의 초기부터 유머와 함께 정치를 했던 것과 달리, 21세기 우리나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유머는 고사하고 날선 공방과 험한 말이 오갈 뿐이다. 모두가 유머 감각을 가지고 좀 더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은 스프링이 없는 마차와 같다. 길 위의 모든 조약돌에 부딪칠 때마다 삐걱거린다." 19세기 미국의 사회개혁가 헨리 W. 비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