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당장 이 사업에 투자했던 국민연금, 삼성생명 등 기관투자가와 민간 출자사들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용산개발사업 백지화 1조 출자사들 '어떡해'=13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전날 만기도래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기관투자가 중에서는 국민연금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KB자산운용('KB웰리안NP사모부동산투자회사 1호 1000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사모투자회사 23호 250억원)의 부동산펀드를 통해 드림허브PFV에 가장 많은 총 1250억원을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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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90억원 규모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사모투자회사 23호'에는 미래에셋그룹도 투자했다. 또 푸르덴셜(ASPF II Meguro TK GmbH) 770억원, 삼성생명 (87,500원 ▼1,100 -1.24%) 300억원, 우리은행 200억원, 삼성화재 (310,000원 ▲500 +0.16%) 95억원 등을 각각 출자했다.
민간 출자사 중에서는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 (9,980원 ▼60 -0.60%)이 151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640억원, 삼성SDS 300억원 순이다. GS건설 (16,480원 ▲840 +5.37%)과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 (4,240원 ▲70 +1.68%),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CJ (127,700원 0.00%), 한양 등도 각각 100~200억원을 투자했다.
드림허브PFV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장단기 차입금 등 부채만 8조2000억원(2011년 기준)이 넘어 용산개발사업이 백지화되면 출자사들은 투자금액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채규모가 너무 커 청산해봐야 남는 게 없다"며 "지분을 보유한 출자자는 물론 채권자들까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 하한가 추락..증시 먹구름 오나=용산개발사업 백지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관련주들이 약세를 보이는 등 후유증이 나타났다. 특히 주요 출자사이자 사업주체인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 부동산 및 건설주들이 타격이 컸다.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개장과 함께 약세를 보이다 결국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쳤다. 롯데관광개발은 드림허브PFV 출자금 1510억원 외에도 지난 2011년 1차 CB(전환사채) 인수 때 226억원을 투자해 전체 투자금액은 1736억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 자본금(55억원)의 30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물산도 전일 대비 1.22% 떨어진 6만4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물산은 역시 출자금 외에 780억원의 CB를 인수한 바 있다. 이박에 삼성생명과 우리은행 지주사인 우리금융, 호텔신라, CJ 등도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용산개발사업 백지화 후폭풍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상징적인 부동산 개발사업이 좌초되면서 대북 리스크 등 대외변수들와 함께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을 제외한 다른 관련주들은 투자규모가 크지 않아 개별종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용산개발사업이 좌초되면 롯데관광개발과 삼성물산은 자본금 및 CB 인수금 손실이 주가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삼성물산의 경우 손실액의 50%만 대손상각 하더라도 충당금은 70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연간이익의 10%에 육박하는 규모여서 주가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수반되는 착공 및 분양 등이 진척되지 않고 이자만 내다 디폴트된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충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