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리더없는 세계경제, 저성장은 지속된다

머니투데이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2013.03.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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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와 과다 채무국의 지속가능성 회복이란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실업과 저성장이란 각국이 당면한 국내적인 문제점 또한 해결하기 어렵다.

실업은 인적자원이 쓰이지 않고 폐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그 결과는 저성장이다. 실업은 투자와 수출의 부진에 따른 수요 부족에 따라 노동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유럽위기의 핵심인 그리스, 스페인 등 피그(PIGS) 국가들의 문제는 수출을 초과하는 수입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유입은 줄어들고, 긴축 요구에 따라 정부 주도로 수요도 늘리지 못하고,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일 수 있는 환율의 자동조정기능 또한 단일 유로체제로 인해 확보하고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유로존 17개 국가의 최근 실업률은 11.9%에 달하고 스페인과 그리스의 실업률은 25%가 넘는다.

기축통화국이고 단일 국가라는 점으로 인해 미국은 유럽에 비해 양호하다. 과도한 채무국임에도 불구하고 재정확대와 양적완화를 거듭한 결과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7.7%로 하락했다.



미국은 채무국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소비수준을 유지했다.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불균형 현상이 지속되면 환율 절하와 실업률의 증가를 통해 소비를 억제함으로써 대외 불균형을 축소시켰어야 하지만, 오히려 재정적자와 저금리를 통해 불균형을 확대하면서도 자국의 실업률 증가는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사용하였고 결국 금융위기를 야기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것도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전체 인구(경제활동인구가 아니라) 대비 고용률을 보면 위기 직전 63%였던 고용률이 2009년 이후 58%대로 하락한 후 이전 수준을 조금도 회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와 과다 채무국의 존재라는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국이 당면한 실업과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이에 따라 위기가 발발한 지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2007∼2009년 사이 세계경제는 -6%를 기록하였다. 2009∼22010년 사이 세계경제가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4% 성장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후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만약, 세계 경제가 2007년 서브 프라임론 위기 이전의 경제성장률이 지속했더라면 세계경제 GDP는 지금보다 10% 정도 높은 수준에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MIT 대학의 피터 테민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바인스 교수는 국제적인 문제의 해결이 없이 각국이 당면한 저성장과 실업의 문제는 요원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두 사람은 ‘리더 없는 경제’라는 제목의 저서를 통해 케인즈가 과거 대공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을 마련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한다. 1919년 저작 ‘평화의 경제적 결과’를 내놓은 이후, 1930년 맥밀란 청문회에서의 증언, 그리고 1936년 일반이론을 통한 문제의식의 완성, 이후 1944년 전후 질서인 브레튼우즈 체제를 설계하기까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전후 질서에 포함된 마샬플랜,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가트체제는 위기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케인즈의 거시경제모델과 미국의 압도적 리더십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미합중국이 출범할 당시 연방정부가 각 주정부가 지녔던 부채를 액면 그대로 인수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연방정부 출범을 위한 독일의 노력이 없이 유럽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압도적 리더가 없는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양적완화와 환율절하 움직임, 그리고 유럽 위기에 대한 독일의 소극적 대처방식을 보면 금융위기가 해결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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