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립식품 빵값 인상 해프닝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3.03.07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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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새로 취임한 윤석춘 삼립식품 (58,300원 ▼300 -0.51%) 대표는 임기 첫날부터 '불편한 결재'를 해야했다. 바로 빵 제품 가격을 올린 지 12일 만에 원위치시켰기 때문이다.

이과정은 여러가지로 낯 뜨겁다. 지난달 중순부터 빵값 인상설이 나돌면서 언론에서 수차례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삼립식품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그러나 삼립식품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나흘 전인 지난달 21일 66종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언론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보도하며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을 가했다. 제품값을 올리면서 제품명과 포장을 일부 바꾼 탓이다.



이에 삼립식품은 5일 오전에 부랴부랴 인상 사실을 인정하는 자료를 냈다. 그러나인상률과 인상이유가 석연치 않아 눈살만 찌푸리는 결과를 낳았다. 삼립식품은 제품가격을 평균 2.45% 올렸다고 '공식' 밝혔다. 그러나 이는 값을 올린 제품의 평균인상률을 표시한 것이 아니다. 값을 올리지 않은 제품 400종 값까지 넣어 가중평균해서 평균 인상률을 낮추는 이상한 꼼수를 쓴 것이다. 값이 오른 제품 66종의 인상률은 최소 7.6%에서 최대 12.5%에 달했다.

게다가 인상이유로 내건 '일부 적자 품목 가격 합리화', '리뉴얼을 통한 가격 인상' 이라는 표현도 궁색해 보였다. 영업이익률이 1.5%에 불과해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그 또한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



의문이 증폭되자 삼립식품은 5일 오후 자료를 내서 가격인상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보면 삼립식품이 안팎의 냉정한 분위기를 제대로 읽고 가격정책에 대해 심사숙고 했는지 의심이 간다. 삼립식품이 인상을 단행한 시점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계열 브랜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일고 있을 때다. 모 그룹 인사들에서 조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채 사고를 쳤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원가상승 압력을 못이겨 기업이 제품값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투명하고 정직해야한다. 그같은 소통 행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 처신의 품격은 소비자들에게 다르게 다가간다. 삼립식품의 이번 처신은 이런 면에서 낙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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