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용산역세권號' 공영개발로 방향 트나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3.02.28 17:30
글자크기
ⓒ그래픽=강기영.ⓒ그래픽=강기영.


 총 사업비 31조원에 달하는 '용산역세권개발호'(號)가 좌초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일대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자본금을 5조원을 늘리는 증자 방안을 내놓은 후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이를 전격 수용함과 동시에 경영권에서도 손을 떼기로 하면서다.

 표면적으론 그동안 개발사업의 방식을 두고 부딪쳤던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롯데관광개발의 이번 결정에는 용산역세권개발의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로부터 받을 손해배상금 443억원을 부도를 막기 위한 긴급자금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드림허브는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내 토지 무단 사용에 대해 우본으로부터 443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소송 대상지의 소유권은 드림허브와 이로부터 신탁을 받은 대한토지신탁으로 나눠져 있는데, 우본은 대한토지신탁에 줘야 할 손해배상금인 257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반면 우본은 드림허브에 대해선 파산 우려가 있는 만큼, 연 20%의 이자를 물더라도 최종 소송 결과를 보고 나머지 배상금 186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드림허브가 부도를 면하기 위해선 당장 3월12일 갚아야 할 금융이자 59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대한토지신탁이 우본에게 받은 배상금 257억원을 드림허브로 지급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대한토지신탁이 관계자 협의 과정에서 드림허브의 부도 가능성을 우려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담보 장치를 요구하는 등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부도를 막으려면 하루 빨리 배상금을 받아야 하지만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생겨 시간이 촉박해졌다"고 토로했다.


31조 '용산역세권號' 공영개발로 방향 트나
 롯데관광개발은 파산을 막기 위한 승부수로 띄웠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3000억원 발행이 최근 무산된 데 이어 손해배상금 활용마저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마지막 '결단'을 내린 것이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부도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코레일의 요구를 전격 받아들이고 공을 넘기겠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력이 취약한 민간출자회사들이 1조4000억원이란 거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증자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구나 코레일에서 민간출자회사의 출자금 1조4000억원 마련을 주도하길 원하는 삼성물산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1조4000억원 규모)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개발사업의 자본금으로 출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업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CB(전환사채) 투자에 드림허브의 지분율(6.4%) 만큼의 책임과 의무를 질 것"이라며 "하지만 랜드마크 시공비 1조4000억원을 홀로 책임지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자본력이 취약한 민간출자회사가 1조4000억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낮지만 성공하더라도 시일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3월12일 금융이자 59억원을 막을 방법을 먼저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열린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코레일의 사업 변경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도 시일이 촉박하다는 데 견해를 모았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간출자회사들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자본금 출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면 펀드 등 추가 투자가 불가능한 지분 32%를 제외하고 나머지 출자회사들이 CB 투자에 나설 경우 코레일도 적극 참여해 부도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영개발론을 펼친 코레일이 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된 만큼 사업계획도 방향을 틀 확률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 공영개발의 구체적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어 민간출자회사들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의 주도권을 공기업이 갖는다는 의미에서 공영개발이라는 것이지 정부 개입을 뜻하는 건 아니다"며 "기존 사업 전체를 모두 뒤집지는 않고 사업성 개선을 위해 분양가를 일부 조정하거나 개발 순서를 조정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