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채무 2.7조 줄여라" 압박에 이종수 SH공사 사장 사의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3.02.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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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연내 채무 9조9000억원 맞춰라" vs 이 사장 "12조1000억원 맞추기도 어려워"

"연내 채무 2.7조 줄여라" 압박에 이종수 SH공사 사장 사의


이종수(64·사진) SH공사 사장이 임기를 2년이상 남겨두고 지난 4일 돌연 사의를 표했다. 연내 2조7000억원 가까이 채무를 줄이라는 시의 요구를 두고 마찰을 빚은 게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5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시장단, 주택정책실 관계자 등과 SH공사 혁신방안을 논의한 직후 사의를 밝혔다. 임기 3년 중 채 10달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이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배경에는 채무감축 목표를 두고 시와 불거진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연말기준 SH공사 채무는 12조5882억원으로 올해 안에 12조1000억원까지 줄이겠다는 게 이 사장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시장단과 주택정책실은 연내에 9조9000억원까지 채무를 줄여야한다며 압박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이 시장은 SH공사 채무감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신규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는 사업재조정을 진행해 왔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이 사장은 연내 12조1000억원, 내년 7조원까지 채무를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문정·마곡지구 등 대규모 도시개발지구 토지매각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점이다.

SH공사는 미매각 토지를 잘게 쪼개고 허용용도를 확대하는 등 원활한 토지매각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연간 문정·마곡지구 토지매각 수입이 당초 계획 2조2453억원의 54.3% 수준인 1조2182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는 내년까지 마곡·위례지구 택지매각, 마곡·내곡지구 주택분양 등을 통해 모두 5조3183억원을 감축할 것을 요구해 왔다. 여기에 박 시장 임기 중 추가 2만가구 등 총 8만가구를 공급하는 것도 대부분 SH공사 몫이지만 별도의 재정지원은 없었다.

별도의 재정 지원 없이 부채감축과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SH공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사장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 관계자는 "9개월여 동안 SH공사 업무를 진행하면서 채무감축과 임대주택 공급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단기간 내에 잡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장은 출근하지 않은 상태이며 시장단과 주택정책실 관계자들은 이 사장의 거취문제를 두고 내부회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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